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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스스로 불행 선택할 것인가

일본 원전 사태를 바라보며 - 박정우 신부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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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 15-16.19).

 이스라엘 백성 앞에 주어진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유효한 가르침이다. 자연 재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해도 온갖 전쟁과 범죄, 그리고 환경파괴 등으로 인류의 불행을 자초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역사에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지나친 욕심으로 자연의 순리를 거슬렀던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죽음과 불행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바라보면서 우리 인류가 하느님의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죽음과 불행의 길을 선택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반핵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는 반핵운동을 펼쳐왔지만 원자력 발전은 석유 연료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다른 충분한 에너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확대돼 왔다.

 그러나 1979년 3월 28일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 방사능 유출사건과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했던 인류에게 지난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에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하며 핵 에너지 사용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그 여파로 독일의 최근 지방 선거에서는 원전 가동 연장을 결정했던 집권당이 패배하고 원전 완전 철폐를 주장한 녹색당 연합이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개발해야

 우리나라는 현재 21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9기를 추가로 짓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고, 2030년까지 40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보다 더 안전한 형태이고 지진 위험도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에너지 수급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이 위험하니까 당장 중단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을 지닌 원전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봐야하는가 의문이 생긴다. 일본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원전 사고의 여파는 현재 원전이 가동되는 지역과 그 나라 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피해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

 이제 인류 전체가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전기 수요를 무한정 일으키고 있는 소비주의적 삶의 양식에 대해, 그리고 핵 에너지 사용에 따라오는 윤리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해 봐야할 것이다. 언론에서도 우라늄 채광, 핵 폐기물 저장과 원자로 폐로 과정 등 전 과정을 따져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원전이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것이 과장됐고, 핵발전소 원료로 쓰이는 우라늄도 전 세계에서 78년 정도 사용하면 고갈될 것이므로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통해 전기 수요를 줄이고, 원전을 대체할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세계 11위, 석유 소비는 7위로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전형적 낭비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으로 인한 치명적 사고의 위험과 수천 년간 후손들에게 큰 짐을 지울 핵폐기물 보관의 난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소비 지향적 생활 양식을 바꾸는 것 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침서인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에서 주교단은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하는 `인간 중심주의`와 과학 만능, 기술 중심의 사고, 물질의 소유와 소비가 행복의 척도가 돼버린 생활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창조질서와 생태 정의를 회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자연에 대한 정당한 몫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씀을 인용해 `검소한 생활 양식`과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생활 양식`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명과 행복 선택해야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 원전이 안전하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인간의 치명적 실수로 인한 방사능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무리 첨단기술을 동원한 설계가 완벽해도 볼트 하나가 빠지는 실수로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의 기로에 서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결단은 우리 몫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희생을 요구한다. 회개와 자기 성찰의 사순절, 온 세계가 원전 정책을 둘러싼 선택의 기로와 논란 속에서 참된 지혜를 모아 생명과 행복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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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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