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불임부부를 위한 인공임신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5) 배아연구와 학문의 자유 허용 한계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신청한 망막질환 관련 배아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에 대해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이는 임상시험에서 사용할 줄기세포주가 이미 특정세포로 분화 종료됐다면 생명윤리법상 체내 이용이 금지된 줄기세포주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번 심의 결과가 발표되자 배아연구 관련 기업의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우려할만한 상황을 낳았다. 생명 수호를 위한 방어벽이 돼야 할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행법에는 배아줄기세포 임상연구와 관련한 세부규정이 없어 이번 심의 결과는 앞으로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 등을 허용하는 근거자료로 악용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응용해도 되는가, 도대체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모두 연구해도 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한다.

 법률로 보장돼 있는 학문 연구의 자유가 임의적 과학연구와 실험에 대한 특허장은 아니다. 다른 분야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학문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르고 정당화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인간배아를 살해하는 연구는 그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위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를 장려하는 경우는 공권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로 볼 수 있다. 국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개인의 생명권 침해 행위가 국가 지원을 통해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술적 차원이나 치료차원의 연구가 가장 약한 사회구성원의 생명권을 강탈한다면, 사회는 그러한 치료방법의 개발을 포기하고 금지해야 할 것이다. 건강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고선이나 유일한 선이 아니다.

 자녀를 갖기 위해 부득이 정자와 난자를 제공해 배아를 생성하는 상황에서 그 잔여배아를 연구 등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동의 요청에 거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또 배아실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유전자정보 등 사적 비밀이 노출되는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을 것이다.

 어떤 이는, 배아가 갖지 못한 신생아 내지 성인의 특성, 예컨대 감정, 느낌, 생각, 발달된 장기, 직립 보행, 인간관계 등을 들어 배아의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부정하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인간 특성과 정상적인 신생아 내지 성인의 특성을 혼동한 잘못으로 인한 것이다.

 인간생명체의 개체성은 그 단계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그 다음 단계의 관점에서 전 단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점진적 발생의 과정에서 인간이 아닌 생명과 인간 생명 사이에 어떤 경계를 설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없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는 다음 단계를 위한 필연적 상황이며 또한 다른 단계보다 더 중요하고 더 결정적이고 더 근본적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란 없다.

 배아는 수정 이후 연속적 발생 과정에 있어서 착상, 원시선 발현 등 명확한 시기적 구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개체에 따라서도 각자 발생과정상 시차가 있으므로, 수정 이후 그 어떤 시점도 연속선상의 생명현상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점이 될 수 없다.

 인간배아는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체이므로, 성인 등에 비해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하다. 인간 배아인 이상 그 인간 배아가 착상 전 배아라거나, 원시선 발현 정도에 차이가 있는 배아라거나, 인공수정 후 체외에 보관 중인 배아라거나, 인간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체세포복제배아라거나 하여 인간생명체가 아니라고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나 근거가 전혀 없다.

 국가는 무고한 인간생명을 살해하는 일을 허용해서는 안 됨은 물론이며, 더구나 그 생명이 자기방어가 불가능한 가장 약한 초기인간생명이라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그것이 방금 생성된 배아이든, 냉동된 배아이든, 체세포복제배아이든 인간으로 성숙하는 길목에 있으며, 적어도 성숙한 인간으로 될 잠재력을 그 안에 지니고 있는 인간존재인 한, 국가는 그러한 무고한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그러한 생명 파괴를 전제로 하는 배아연구를 허용하거나 장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치병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한 연구는 도덕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 불치병 환자를 돕기 위해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7-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집회 2장 15절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그분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분의 길을 지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