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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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우리 선조들의 생명존중 ② 한국전통문화생활에 나타나는 생명존중

자연 거스르지 않고 조화 추구한 선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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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과 자연의 조화

 우리 선조들은 정원을 지을 때 인공적 조영물(造營物)을 속된 것으로 생각해 정원이 자연에 잘 동화하도록 지었다. 그래서 자연의 순리가 조원(造苑)의 기본원리로 존중되고 조경(造景)의 원리가 됐다.

 서양인들은 집을 짓거나 정원을 꾸밀 때 자연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도록 깨부수고 늘 자연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산다. 특히 영국식 정원은 직선이나 원 등 기하학적 도형에 따라 나무를 심고, 심지어 나무줄기와 나뭇가지를 칼이나 톱, 가위 등으로 싹둑싹둑 임의로 전지(剪枝)나 전정(剪定)을 해서 살벌한 느낌을 주며 부자연스럽다. 서양인들은 그들이 사는 집에서조차 자연파괴를 한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자연 안에 들어가서 집을 짓고 살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과 융화하며 살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지형을 되도록 그대로 살려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려 했다. 지세가 낮으면 연못이나 계간(溪澗)을 조성하고, 언덕에는 꽃과 나무를 심고, 인위적인 기하학적 배열로 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전지나 전정을 하지 않고 늘 조경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도록 유념했다.

 한국 조원은 음양오행사상과 풍수지리설의 영향을 받았으며, 대체로 선경(仙境)을 동경하는 신선사상의 영향도 받았다. 그러나 한국 건축과 조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면서도 일관된 것은 바로 자연과의 조화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며,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어울리는 것이다.
 
 ▨한국 고미술과 자연의 조화

 한국 고미술(古美術)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기본으로 삼았다.
 "한국 고미술의 공통 특색은 결국 자연에 즉응하는 조화, 평범하고 조용한 효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무관심한 무아무집(無我無執)의 철학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삼국시대의 불상에서 조선의 석상(石像), 고구려벽화에서 조선의 회화, 채색토기에서 조선의 잡기(雜器)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통되는 한국의 특색인 것이다."(김원용의 「한국미의 탐구」)
 김식의 우도(牛圖), 단원의 산수도(山水圖), 변상벽의 동물도(動物圖),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 등이 그러한 조선회화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한국 민화의 자연미

 우리 민화는 우리 겨레의 미의식과 정감이 가시적으로 표현된 옛 그림이며, 한반도에서 우리 겨레가 오랜 역사를 통해 살아오면서 체득한 생활감정과 생활철학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생활미술로서 민족회화의 줄인 말이다.

 한옥 안방 장벽이나 샛문에 붙어 있는 민화와 병풍에 그려져 있는 민화의 대부분은 산수도와 화조도(花鳥圖)로 돼 있으며 수복장수( 壽福長壽)의 의미를 담은 그림도 있다.

 그러나 민화의 화제(畵題) 주류는 한국의 산, 절벽, 계곡, 기암(奇巖), 강, 수목(樹木), 꽃, 새, 호랑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 풀벌레 등을 그린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 조상들은 그토록 산수도를 좋아했는가? 우리 조상들이 산수도를 좋아했던 것은 그림 속의 산수를 바라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으며 산을 경외하고 산의 한결같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염원했기 때문이다.

 민화 중에 비교적 수효가 많은 유형이 호랑이 그림이다. 민화의 호랑이들을 보면, 그 얼굴은 도무지 맹수의 무서운 모습이 아니라 우습고 친근감을 주며 해학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호랑이를 의인화해 호랑이에게조차도 적대감을 갖고 대하지 않고 인정을 베풀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 속에서 삶을 즐겼으며 자연의 품에 안겨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숙명처럼 생각했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야말로 한국민족의 생명사상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산업화에 밀려 범세계적인 생태학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우리 조상들이 자연에 대해 품고 있던 외경(畏敬)과 겸손과 생명사랑을 배우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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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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