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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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줄기세포와 생명 ① 배아, 이래도 그게 세포덩어리인가요?

배아, 생명이란 우주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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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으로 좋았다"(창세 1.31).
 인류 역사를 통틀어 오늘날처럼 인간이 첨단의학의 혜택을 받으며 장수를 누리는 시절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 21세기 초부터 줄기세포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등장은 환호 못지않게 생명 존엄성에 대한 갈등도 우리에게 가져다 줬다. 배아라는 작은 생명에 대한 훼손과 인간 복제문제의 위협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제대혈 등에서 얻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1~2주면 형성되는 주머니 모양의 배아 형태인 배반포(blastocyst) 속안에 있는 세포(내괴세포; inner cell mass)들을 추출해서 얻는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체인 배아가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세상의 또 다른 축에서는 이들 배반포는 생명체라기 보다는 `세포덩어리`일 뿐이므로, 이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모체에 착상되기 전이니 만큼, 독립적 인간 개체로의 연속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0년 한국의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배아에 대한 판결조차도 이런 이중적 논리가 그대로 실려 나오고 있다.
 결국 배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갈등은 생명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생명의 출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생명의 정체성을 두고 벌어지는 이러한 차이의 핵심적 이슈는 대부분 생명의 `자기동일성` 내지 `연속성`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보다 실체적인 생명의 정체성으로서의 연속성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들여다 보자.

 우선 우리가 `세포덩어리들`이라고 부르는 대부분 체세포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이들은 아무리 오랫동안 배양을 하고 어떤 조작을 해도 그냥 원래대로 세포로 있을 뿐, 그 이상의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반면 배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면 배아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어머니 형질이나 아버지 형질과도 완전히 구별되는 독립적인 한 개체를 이룰 수 있는 총체적 유전자의 형질이 결정된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유전형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이들 배아 세포들은 단순히 세포분열을 하면서 증식과정만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고, 뚜렷한 3차 구조를 형성하면서 여러 장기가 되려는 입체적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일반 세포들의 집합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목적지향적` 세포분열 과정이 치밀하고도 정교하게 일어난다.

 이 모든 과정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이뤄지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그 이후로는 마치 방아쇠가 당겨진 것처럼 모든 것이 스스로 이뤄진다. 수천개의 회로들은 이미 그 안에 내장돼 있던 것이고, 마치 시계태엽이 풀어지면서 모든 것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과정일 뿐이다.

 이 모든 생명현상의 가장 중추적 사건은 바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라고 하는 `빅뱅`인 것이다. 한 개체로서의 특성과 생명체로서의 자기동일성이 뚜렷이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수정 시점이라는 것이 더 없이 명료해진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배반포 안에 있는 내괴세포들은 단순세포의 집합체가 아니라 독립적 개체를 결정할 수 있는 단위라는 것이다. 한 예로 배반포 안 내괴세포가 일부 임신에서는 둘로 나뉘어진다. 이 경우에는 나뉘어진 내괴세포의 집락마다 독자적인 사람 한 명씩이 태어나며 이들을 일란성 쌍생아라 부른다. 이들이 부분적으로 나눠진 경우에도 샴 쌍둥이와 같은 독립된 개체가 태어나게 된다.

 결국 내괴세포는 그것이 얼마로 갈라져 있던 그 자체로 한 개체를 탄생시킬 능력에 있어 필요하고도 충분한, 독립적 개체의 단위가 된다.

 우리가 생명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배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이렇게 그 안에서 작은 생명의 범 우주적 출발을 발견하게 된다. 모체 자궁벽과의 착상여부를 놓고 따지는 기계적 시각보다 훨씬 더 이전에 `창조의 신화`가 이미 작열하고 있는 배아의 꿈틀거림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세포덩어리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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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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