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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줄기세포와 생명 ② 배아복제의 반전 드라마 역분화 줄기세포

생명 살리고 공존하는 길로 급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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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가 인간 문명에 들어오면서 우리에게 던진 또 하나의 도전은 복제문명의 출현이다. 줄기세포 복제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에 이용하려면 몸 안에 이식된 후에도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면역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서로 다른 세포이므로 조직적합성 유전자가 달라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줄기세포 복제는 이러한 면역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해(핵치환), 그 난자에서 유래된 배아의 유전형을 환자의 유전형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성공률이 너무 낮아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 사람의 체세포 복제를 위해 몇천 개 난자를 동원해도 성공하기 힘들다. 이유는 정상적으로 수정된 난자와는 달리 핵치환된 세포에서는 유전자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배아가 중간에 사멸되기 때문이다. 설사 태어나도 복제로 태어난 동물에서 유전자 결함이 발생해 여러 가지 전신적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더 심각한 것은, 줄기세포 복제를 위해 핵치환된 배아가 모체에 착상되면 바로 복제인간 탄생으로 이어져 인간이 생명을 `생산`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위기와 가족관계가 위협받는 인류사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때 우리 사회에서는 배아복제 기술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결정적 기술이라는 일방적 논리에 휩쓸렸고, 한국이 복제배아 생산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도 마다 않고 `줄기세포 허브기지`를 추진하는 데 열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과 생명 존엄성에 대한 위협이 이렇게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하나는,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 일이 수천 개 난자를 동원해도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고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그렇게 어렵고도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는 복제를 하지 않고도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환자의 유전형과 똑같은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분화 기술은 환자 자신의 피부절편조각에서 얻어진 소량의 체세포들을 조작해 거꾸로 분화(역분화)시켜 줄기세포와 똑같이 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세포들이 바로 최근 전 세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유도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다. 더욱이 이러한 iPS를 유도하는 과정에서는 복제배아와 달리 성공률도 높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 실험실에서 이러한 iPS를 생산할 수 있다. 결국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과 윤리적 문제, 인류사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복제기술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역분화 기술이라고 하는 인간의 또 다른 과학적 노력에 의해 극적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물론 역분화 줄기세포라 할지라도 갈 길은 멀다. 이들 역시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기형종과 같은 암을 형성하는 문제라든지, 유전적 불안전성 문제 등은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이들 남은 문제들은 과거 복제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기술적 한계들에 비하면 훨씬 더 인간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난관들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체세포를 역분화시키는 기술을 넘어 원하는 세포로 직접변환(direct conversion)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기술들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즉, 심장ㆍ혈액ㆍ신경 등 환자의 질환에서 필요로 하는 세포로 직접 변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윤리적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 배아복제 연구를 지속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됐고 실제로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배아줄기세포 보다는 역분화 줄기세포에 더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하느님이 빚어내신 역사 속에서 하느님은 인간 스스로가 생명 존엄성을 위협하는 방향의 과학으로 치닫기 보다는, 생명을 살리고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길을 준비하신 것 같다.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가장 극적인 과학적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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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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