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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을 말한다] (16) 내가 뽑은 교회건축-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

경사로에 만든 낮은 화단 성당과 도로 유연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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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성당 전경.
 
땅이 완전히 편평한 곳에 집을 짓기란 드문 일이어서 경사진 땅에 성당이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큰길에 길게 면하는 경사진 대지에서 땅과 도로, 그리고 건물을 잘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땅에 도로를 따라 무심히 축대를 쌓아버리면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성당을 짓게 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미안한 건물이 되고 만다. 더구나 성당은 벽면의 창이 작고 벽으로 된 덩어리가 길게 뻗은 건물이어서, 건물이 도로에 거의 붙어 장벽처럼 설계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되면 성당 건물이 외관상으로는 로마네스크나 고딕 형태를 닮았다고 좋아할지는 몰라도 주변 환경에 대해서는 불친절한 건물이 되고 만다.

 서울 서초동성당은 남쪽으로는 높고 북쪽으로 낮아지는 긴 땅에 여유 있게 지어졌다. 경부고속도로를 면하고 있는 동쪽은 소음을 줄이려 나무를 많이 심고 그 안을 신자들 쉼터로 만들었다. 그 결과 지면이 높은 남쪽에 입구를, 경사진 도로 중간에는 공동체를 위한 방에 드나드는 출입구를 뒀다.

 경사진 도로에는 낮은 화단을 단으로 만들어 도로와 성당 사이를 유연하게 해줬다. 가로변에 나무를 심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길에 심은 나무가 성당의 높은 벽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도 해주고, 도로 쪽 화단과 성당 사이에 낸 작은 골목길을 조용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성당은 담장을 하나도 두지 않고도 이곳과 저곳, 성당과 길, 가야 할 곳과 머물 곳을 적절히 잘 나눴다.


 만남의 방과 사무실은 도로에서 아주 짧게 들어가게 되어 있어 편리하고 친숙하다. 그러다 보니 이 입구 앞에서는 아래로는 작은 골목길이, 위로는 작은 계단이 이어져 있어서 큰 성당 건물의 측면이라는 느낌이 많이 줄어든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남쪽 마당은 서울에서는 흔치 않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사방이 많이 트여 있어서 성당의 실제 크기를 많이 줄여준다. 게다가 길을 향해 아무런 막힘이 없이 두 손을 벌리고 계신 예수성심상도 가깝게 느껴지는데, 예수님 머리를 가볍게 덮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는 꽤 정취가 있다.

 안내실은 성당 모양을 축소해 만든 작은 성당처럼 보인다. 안내실을 이렇게 만든 센스가 아주 좋다. 이 안내실은 예수성심상 옆 소나무와 함께 성당 마당의 입구를 강조하면서도 마당 일부를 가려주는 역할도 하고, 길을 따라 길게 뻗은 성당의 외부 형태에 일관성을 준다는 점에서도 아주 좋은 착안이다. 꼭 이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덕분에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있는 성당 마당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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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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