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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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18) 제4화 한국 교회건측의 오늘 - 본당 친교 공간

신자들이 머물고 싶은 성당, 친교 공간 활용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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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배4동성당은 지상1층에 만남의 방, 2층에 강당, 3층에 교리실, 4ㆍ5층에 성당을 배치해 수직적으로 적층된 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종교계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의 성장을 놀라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 교세가 정체기나 감소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에 스스로 가톨릭을 받아들였고, 단시간에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다. 또 훌륭한 종교 지도자들이 교회를 이끌며 교세 확장을 견인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신자들이 전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앙활동이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해지면서 신자들 친교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됐다. 해외 성당을 방문해 보면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수백 명이 되어도 우리나라 성당처럼 교리실이나 부속공간 등이 많은 경우가 별로 없었다. 400~500석 되는 성전에 소성당과 교리실 6~7개가 전부다. 그만큼 미사 외에는 별도 활동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이전 한국교회는 마당을 갖춘 성당이 많았다. 도시 인구 밀도가 아직 높지 않았고 부지면적이 비교적 큰 성당이 많아 성전과 교리실, 사제관 사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마당이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승용차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마당은 자동차 차지가 돼 버렸다. 한 본당이 관할하는 지역이 넓을수록 성당과의 거리가 먼 신자들은 차를 이용했다. 성당 주변 거리는 주일마다 미사 참례하러 오는 신자들의 차로 북적거렸고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한편 주차장법이 강화되면서 더 많은 주차대수를 확보해야 건축허가가 가능해졌다. 지가도 상승해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본당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지하주차장을 설치해야 했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본당들은 마당을 주차장으로 허가받고 실제로는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만남의 방이 대표적 신자 친교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위에 언급한 주차장과 무관하지 않다. 주일에는 마당이 자동차로 점령되면서 신자들이 머물 공간이 별도로 필요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인구 증가와 더불어 신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일학교와 평신도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신자들을 위한 공간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으며, 단체 간 교류와 협력할 일도 많아졌다. 주일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자모회 회원들이 모여 행사를 논의하고 간식을 준비하며 아이들을 기다릴 공간도 필요했다. 또 평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늘면서 평일미사를 소성당이 아닌 성전에서 봉헌하는 본당이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소성당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자연스럽게 소성당을 만남의 방으로 바꾸거나, 신축 시 만남의 방을 사무실과 면해 신자들 통행이 빈번한 위치에 필수적으로 설치하게 됐다. 미사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신자들이 머물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평일 신자들이 많지 않을 때에는 예비신자 교리나 레지오 마리애 주회합도 할 수 있고 수녀님과 조용히 면담도 할 수 있는 다용도ㆍ다목적 공간인 것이다.

 만남의 방은 우리나라 기후와도 연관이 있다. 만남의 방이 실내에 설치됨으로써 기온과 날씨에 상관없이 사용될 수 있어서다. 날씨가 비교적 온화한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는 그늘만 조성되면 굳이 실내 만남의 방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실 성당 내에서 친교는 어디서든지 이뤄진다. 교리실 복도에서도, 대표적 친교공간인 만남의 방에서도, 성당 마당에서도 이뤄진다. 이러한 친교공간들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각 친교공간 성격에 맞게 꾸미는 것이 필요하다. 교리실은 보통 성당과 다른 건물로 계획되지만 최근 지어진 부지면적이 협소한 성당에서는 지하가 아닌 지상의 성당 아래층 혹은 위층에 위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칫 교리실이 성당외관을 지배하는 요소가 되는데, 이것이 성당다운 외관을 디자인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므로 건축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방배4동성당은 도로 경사를 이용해 지하에 주차장, 1층에 사무실과 만남의 방, 2ㆍ3층에 교리실과 강당, 4ㆍ5층에 성당을 배치한 단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의정부교구 일산에는 성당 상부에 교리실을 배치하고 만남의 방을 1층에 설치한 성당이 다수 있다.

 만남의 방 성격은 본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신자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은 기본이며, 강당이 별도로 갖춰지지 않은 본당들은 주방을 한 쪽에 설치해 국수잔치를 열 때 식당으로도 겸용이 가능하다. 조용하게 북카페로 꾸며 자유롭게 신앙서적을 읽고 차를 마실 수 있게 꾸민 본당도 있고, 교리실에 면한 큰 홀을 만남의 방으로 꾸며 만남의 방에서 교실을 한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열린 강당의 기능을 하게 한 본당도 있다. 만남의 방을 포함해 신자들 친교공간에 대한 본당 고유의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것이다. 대형 개신교회에서는 간혹 만남의 방에 레스토랑, 커피숍, 서점 등을 설치하고 상주 인원을 배치해 운영하기도 한다.

 친교는 곧 선교이다. 미신자가 천주교 전례를 경험하고 감동받아 세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 전례가 연도와 장례미사이다. 미신자가 돌아가신 분의 친척이나 지인으로 장례전례를 참여했다가 천주교에 입교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그러므로 성당에 설치하는 연도실도 좋은 전교 공간이 될 수 있다.

 요즘 성당에 연도실뿐 아니라 납골당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천주교만의 독특한 장례전례와 성당 지하에 성직자들 유해를 모셔놓는 전통과 연계된 납골당은 산소에 대한 우리 전통적 관념과 배치되기도 하지만 주거지 가까이에서 돌아가신 가족을 언제든 만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성당에 설치하는 연도실은 일반적 장례식장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성당에 부



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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