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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소통을 향하여 17】토착화의 형태와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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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외래종교 속성지닌다

신앙 실천의 정체성과 주체성의 문제는 신앙 전통의 토착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우리 교회는 어느 정도로 토착화되어 있는가를 묻는 것은 곧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기의 그리스도 정체성에 충실한가를 질문하는 것과 같다.

‘가톨릭교회’ 의식 조사

근·현대 한국가톨릭 연구단은 2005년에 7대 종단 성직자 양성 담당자를 대상으로 가톨릭 교회에 대한 의식을 조사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천주교 소속 응답자 중에서 천주교회는 외래종교의 속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48에 이른다. 전혀 그렇지 않다가 8, 별로 안 그렇다가 14로 나타났고, 보통이라고 응답한 성직자들이 30를 차지한다. 이것은 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교회가 아직 토착화되었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 2005, 232).

이것은 한국 교회가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에 부합한 형태로 신학과 영성을 뿌리 내리고 신앙생활을 정착시키는 면에서 여전히 커다란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토착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구현해 갈 수 있을까?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지고 토착화의 형태와 단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는 1995년 1월부터 다음해 초까지 주교회의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사목〉에 ‘한국 토착화 신학의 구조와 역사’를 주제로 토착화 신학의 흐름들을 소개한 바 있다. 여기에서 먼저 개신교의 토착화론으로 ‘종자-밭’론, ‘접목’론, ‘토종’론, ‘다원론적 토착화’론, ‘종교해방신학’론을 소개하였다. 이어서 가톨릭의 영역에서 ‘번역’론, ‘육화’론, ‘그리스도 중심의 적응-대화’론 등을 소개하였다.(〈한국토착화신학의 구조〉, 1996)

한국의 민족 정체성과 통합은

이 연구를 토대로 박사학위 논문, ‘한국신학의 방법론과 실천’을 쓰면서, 그리스도 신앙 전통을 한국의 민족적, 지역적, 역사적 정체성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들은 일정하게 정적이고 이성 중심적인 방식으로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좀더 동적이고 감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토착화의 유형과 단계를 나누어 보자면, 첫째, 토착화를 ‘입으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이 유형의 성격과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근본적으로 갖는 역동성에 관해서는 뒤에 가서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입으로’ 하는 토착화 유형을 ‘말로 하는 단계’로 보면서 저급한 것으로 매도하지 않을 영성의 깊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둘째, ‘머리로’ 하는 토착화 유형이 있는데, 이것 역시 부정적인 차원만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모두 알듯이, 모든 실천은 ‘머리’-이성을 통한 판단과 기획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셋째, ‘마음으로’ 하는 토착화 단계가 있을 수 있고, 넷째, ‘총체(總體)-온몸으로’ 토착화를 하는 단계가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유형과 단계에는 개인적 양상과 공동체적 양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하지만 특히 공동체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모색되는 토착화 유형을 살펴볼 필요에 따라서, 다섯째, ‘공동체가 함께’ 토착화를 추구하고 나누어 가는 단계를 따로 설정해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유형들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 토착화, 토착화 해 왔는데, 토착화가 무엇인가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참고로, 1984년에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를 개최할 당시 ‘그리스도교의 토착화와 전통 종교와의 관계에 대하여’ 조사하였는데, 이때 응답자들의 46.9가 다른 종교들의 장점을 수용하여 토착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토착화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되는 것이므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이들이 19.2, 그리스도교의 순수성과 계시적 우월성이 흐려지고 혼합될 위험이 있으므로 전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본 응답자가 13.0였다. 이를테면 토착화에 일정하게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그룹이 32.2를 차지하였다. 이때 무응답자는 20.9였다(‘200주년기념 사회조사 보고서’ 424). 20년이 지나면서 한국 교회에서는 토착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장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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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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