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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 다시 읽는 드망즈 주교 일기] (9) 1914년 2월 23일~5월 29일

힘든 나날 보내며 복음화 실현 ‘한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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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했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힘든 하루를 보냈다. 목포에서 르 각 신부의 부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았다. 이것은 내 피정 때 묵상거리가 될 것이다.”

드망즈 주교는 목포와 인근 지역으로 사목순방을 떠난다. 일기에서는 조선 교우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카넬 신부를 꾸짖으며 자신의 사목활동을 묵묵히 행하는 그를 볼 수 있다. 당시 유행하는 장티푸스로 인해 동료 선교사 르 각 신부가 목숨을 잃고, 사목순방의 길에서 뱀이 들끓는 등 여러 어려움을 만나지만, 꿋꿋이 이겨내는 주교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1914년 2월 23일~3월 2일

전 공소에서와 마찬가지로 명례공소에도 부족한 것이 많다. 아마 다음 공소들도 그럴 것이다. 카넬 신부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교우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밥도 먹지 않는다. 그의 임무를 위해 그래서는 안 되는데 여러 징후들이 신학교 생활같이 보여 나는 그를 꾸짖었다. 그는 시골 생활에 익숙해질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신학교로 가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25일, 마산포에서 성사집행이 있었던 날이다. 오후에는 줄리앙 신부와 내가 모든 일을 했고, 카넬 신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러 갔다. 다음날, 나와 줄리앙 신부만 동박골 공소로 떠났다. 집도 검소했지만 식사는 더욱 그랬다.

우리는 매우 힘든 하루를 보냈다. 일이 너무 많았다. 세 사람이 할 일을 우리 두 사람이 했기 때문이다. 가등을 거쳐 3월 2일 빗속에 마산포로 돌아왔다.

5월 19~20일

5시30분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떠났다. 페랑과 무세 신부, 목포로 가는 카넬 신부가 동행했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다행히 그쳤고, 우리는 베르모렐 신부의 신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강경리에 도착했다.

신부댁까지 가는 동안 군중들은 계속 늘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악대가 연주를 했다. 저녁식사를 한 후에 또다시 산꼭대기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날 아침 악대의 연주와 함께 장엄한 주교미사를 올렸다. 오후 2시 목포를 향해 출발해 저녁 11시에 도착했다. 램프 행렬이 우리를 본당까지 인도했다.

5월 22~23일

2시에 우리는 자은도의 작은 마을에서 하선했다. 그곳에는 파손된 공소가 있었는데 작년까지 면사무소와 우체국으로 사용됐었다고 한다. 다음날. 교우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나는 한 가족에게 영세를 주었는데, 이 가족은 장티푸스에 걸려 모든 이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다가 간호해 준 공소회장에 의해 개종했다고 한다. 오늘은 21명의 고해자가 있었는데, 그중 2명은 냉담교우이고 5명은 성인 영세자였다.

5월 29일

하의도에서 출발, 진도에 도착했다. 강론과 미사, 그리고 9시에 출발했다. 길은 진흙투성이고, 또 독이 없는 뱀이 아주 많았는데, 샤르즈뵈프 신부는 길을 걸어가면서 태연하게 20마리가량을 죽였다. 정오에는 주막에 도착했다.

5명에 3개의 밥그릇, 그리고 더운 물뿐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배가 도착했다. 우리는 밤에 목포에 도착했다. 거기서 르 각 신부의 부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았다. 1898년에 떠난 세 사람 중 혼자 남게 됐다. 이것은 내 피정 때 묵상거리가 될 것이다.


 
▲ 마산포 동박골 공소로 사목방문하러 가고 있는 드망즈 주교 일행(1914년 2월 26일.)
 

 
▲ 드망즈 주교가 5월 21일 축복한 목포 성 십자가성당(현 광주대교구 산정동성당) 내부제대.
 



가톨릭신문  201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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