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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 다시 읽는 드망즈 주교 일기] (10) 1914년 8월 3~9일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선교사 전원 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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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사태가 불길하다.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동원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나야 한다는 영사의 편지를 받고 모든 것을 정리했다. 떠나기 전 성체 강복을 마치고서 나는 교우들에게 우리의 출발을 알리며 기도를 당부했고, 역에 배웅 나오는 것을 금지시켰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유럽은 혼란에 빠졌다. 따라서 해외에 파견된 선교사들을 모두 징집했는데, 그 가운데는 드망즈 주교도 끼어 있었다. 일기에는 당시 긴박한 상황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프랑스 정부가 제공한 아마존 호를 타고, 드망즈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상하이, 홍콩까지 갔던 그는 징집유예 통보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이뤄지시기를’ 이라고 말한다.


 
▲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 드망즈 주교를 비롯한 대구의 프랑스 선교사들을 싣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제공한 아마존 호.

1914년 8월 3~6일

유럽의 사태가 불길하다. 전쟁(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인가? 4일 9시, 총 소집을 알리는 영사의 편지를 받았다. 나는 즉시 전보를 보내고 선교사들이 해야 할 일을 물었다. 동원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나야 한다는 회답을 받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소집하는 제21호 회람을 작성해 발송하고 부주교를 불렀다.

5일, 나는 서울로 갔다. 많은 독일인, 러시아인과 함께 여행했는데 독일인들은 칭따오로,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9시 서울에 도착해보니 비에모 신부가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6일, 나는 영사를 만나 모든 것을 정리했다. 자신도 동원령을 받은 부영사가 저녁 때 군대수첩과 여행허가증, 징집장과 극빈자 수당을 내게 갖다 줬다. 우리는 주일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7시50분 열차편으로 서울을 떠났다.

8월 9일

오늘 아침 성체 강복을 마치고서 나는 교우들에게 우리의 출발을 알리며 기도를 당부했고, 역에 배웅 나오는 것을 금지시켰다. 곧 이어 나는 제대에서 주교강복을 주고 여느 때처럼 훈화를 했다.

2시30분, 우리는 주교좌성당에서 여행기도를 바쳤다. 출발자는 페네, 무세, 줄리앙, 베르몽, 소세, 카닥스, 카넬, 페셀, 뤼카 신부 등이다.

부산에서 배에 오른 우리는 3등실 화물칸에 자리를 잡으려고 애썼지만 그곳은 가득 차 있었고, 옷을 벗은 일본인들 사이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대구에서 가져온 돼지고기로 저녁을 먹은 후 갑판 위에 길게 누웠다.

부주교 일기

확실히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늘 드망즈 주교님이 그의 선교사 9명과 함께 프랑스 정부가 제공한 아마존 호가 기다리는 시모노세키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러 떠났다. 우리는 서울을 떠나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북쪽 교구의 여러 동료 신부들을 급행열차에서 만났다.

출발하는 사람은 전혀 슬퍼하지 않았으며, 슬퍼하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찌는 듯한 더운 날씨에 기차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교님께서 용감하고 순박하게 3등실에 앉는 모습은 보기 정말 민망했다. 계급이 있기 때문에 2등실에 앉을 권리가 있는 카닥스 신부가 주교에게 자리를 양보했지만, 주교님은 자신은 졸병으로서 여행해야 한다며 사양했다.


 
▲ 드망즈 주교가 징집 후 아마존 호를 타고 도착한 일본 시모노세키(1914년 8월 16일). 드망즈 주교는 성모승천대축일 다음날이자 주일인 이날 고국 프랑스를 위해 봉헌된 미사를 주례했다.
 


가톨릭신문  20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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