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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 다시 읽는 드망즈 주교 일기] (13) 1915년 8월 23~10월 15일

일제 간섭, 주교 권한마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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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 직책을 무시하고 선교사와 총독부 사이에서 일을 처리하려는 ‘포교규칙’ 문제로 서울의 총독, 뮈텔 주교와 서신 교환을 계속하고 있다. 그 적용이 시급해져 즉시 항의해야 한다. 라크루 신부가 삼종을 울리는 것을 금지 당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제주도에서는 수녀들에게 종교 교육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1915년 드망즈 주교의 일기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일제의 억압이 자세히 나타나있다. 일제가 만든 ‘포교규칙’이 그 대표적 예다. 포교규칙은 ‘선교’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제재하는 것으로 제4조에는 ‘총독이 주교들을 폐위시킬 권한’까지 담고 있다. 일제는 또 삼종을 울리는 것을 금지했으며, 수업시간에 수녀들의 종교교육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1915년 8월 23~26일

나는 페랑 신부와 함께 5시에 전주로 출발해 저녁 7시30분 도착했다.

다음날인 24일, 미사 때 영성체를 모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500여 명 이상이었다. 10시30분 강론을 시작하고 전주성당의 종을 강복했다. 77명이 견진성사를 받았고 장엄한 성체강복을 했다. 모든 일이 아주 훌륭히 치러졌다.

26일, 샤르즈뵈프 신부, 뤼카 신부와 전주에서 5시 기차를 타고 이리에서 기차를 갈아탔다. 두 신부는 연산역에서 내려 되재로 갔다. 대전의 급행열차에서 나는 첼리 남동부 아라스교구의 예수회원이자 9년간 선교활동에 종사하다가 미국으로 가는 다브루 신부를 만났다. 그는 대구에 들르겠다는 기별을 했다.

10월 1~2일

1일 10시, 옛날 대궐의 용상이 있는 방에서 공진회 개관식이 행해졌다.

(여기서 ‘용상이 있는 방’이란 경복궁을 말한다. 일제는 합방 후 시정(施政) 5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조선물산공진회’를 경복궁에서 개최해 궁궐을 유린했다.)

 우리가 주교관을 떠날 때 ‘비행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갔는데, 내가 비행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궐의 용상실에서는 간인 왕자가 그의 아내와 함께 식을 주관했고, 두 번째 열에는 전왕(순종(純宗)이 합방과 더불어 ‘이왕’으로 격하됐으므로 이를 전왕이라 표기한 듯하다)이 아내와 함께 있었다. 일본인들의 미묘함. 식사 후 나는 새 우체국을 방문했고, 거기서 기낭 신부를 만나러 갔다.

2일, 주교 직책을 무시하고 선교사와 총독부 사이에서 일을 처리하려는 ‘포교규칙’ 문제로 서울의 총독, 뮈텔 주교와 서신 교환을 계속하고 있다. 포교규칙 제4조는 총독에게 주교들을 폐위시킬 권한을 주고 있다. 그 적용이 시급해졌으므로 즉시 항의를 해야 한다.

10월 13~15일

라크루 신부가 삼종을 울리는 것을 금지 당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에베르 신부가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와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오사카에서도 초기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라크루 신부에게 직접 가서 설명을 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제주도에서 수녀들에게 종교 교육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실제로 수녀들은 정규 수업시간에 종교 교육을 해왔다.

15일, 무세 신부와 어제 도착한 투르뇌 신부의 보좌를 받으며 7시 수녀원과 수녀원 성당을 강복했다. 본당 수녀들과 아이들이 참석했다. 강복이 끝난 후 나는 첫 미사와 성체강복을 했다.


 
▲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인 카닥스 신부 모습.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선교사들도 잇따라 징집 대상이 됐으며, 징집되지 않은 조선의 선교사들 역시 일제의 억압으로 인해 주교 권한마저 위협당했다.
 

 
▲ 1915년 당시 전주성당(현 전주교구 전동주교좌성당) 내부.
드망즈 주교는 8월 24일 전주성당의 종을 축복하고 77명 신자들의 견진성사를 집전했다.



가톨릭신문  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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