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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라 항상 가르쳐
사제 본분 잊지 않으려
신자들 위해 노력,헌신
요한 신부님은 각기 다른 본당에서 제게 세례를 주신 영세 신부님이시자, 신학생 때 본당신부님이셨습니다.
여기 신부님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를 모아 봤습니다.
# 대화를 건설하는 마음
신학생 때 방학을 해서 인사드리러 가면, 늘 여러 질문을 하셨습니다. "요즈음 신학교 분위기는 어떠냐?, 너는 지난 학기 어떻게 살았느냐?, 어려움은 없었느냐?" 등 많은 것을 물으셨는데, 그 모든 것이 저를 위해서였음을 즉시 깨닫게 되었기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 인내, 인내, 인내
가끔씩 당신의 사목경험을 아주 진솔하게 들려주시며, 알아서 새기라 가르치셨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인내`. 수많은 신자들을 대하면서 잊지 말라고 하셨지요.
# 회개의 눈물
제가 사제품을 받은 뒤, 한동안 찾아뵙지 못하다가 어느 날 뵈었을 때 일입니다.
당신께서 몇 개월 전에 겪으셨다며 꺼내놓은 일화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당신의 여름휴가에 맞춰 가족 친지들과 휴가계획을 잡으셨고, 본당 일들을 마무리하신 후, 막 성당 대문을 빠져나가려고 차를 몰고 나가는데, 본당 부제가 허겁지겁 뛰어오면서 말했습니다. "신부님, 지금 우리 교리교사의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급히 병자성사를 청하는데요."
부제의 이 다급한 말에 신부님은 그만 `왜 하필 이럴 때…`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려다 짜증을 내셨다고 했습니다. 그 부제는 무안해했다고….
그런데, 이 일화를 말씀하시면서 신부님께서 저와 몇몇 후배신부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모습에 저 또한 놀라고 있었는데, 신부님 말씀이 "너희들은 그러지 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제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놓치는 것도 부끄럽고, 그런 모습을 미래 사제인 부제 앞에서 했으니 그것이 더 부끄러웠어"라고 하셨습니다.
# 기타를 메고…
몇 해 전부터 마음 맞는 동료 신부님들, 수녀님, 평신도와 함께 작은 음악그룹을 만드셨습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일 년에 한번 정도 본당 신자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수고한 그들을 잠시나마 위로해주기 위함에서였습니다. 몇 달 전부터 성가와 흘러간 가요를 연습하셨고, 화려한 자리는 아니지만, 베이스 기타를 메고 무대에서 신자들을 위해 한 줄 한 줄 연주하셨는데,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 "나도 올라가는 셈이지요!"
보좌신부님께서 요한 신부님을 두고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본당에 와서 처음으로 신자들과 식사를 하는데, 몇몇 신자분들이 `주임신부님, 보좌신부님이 잘 생기셔서 이제 신부님 인기는 떨어지고, 보좌신부님은 올라가겠는데요?`라고 했더니, 주임신부님 말씀이 `보좌신부님이 올라가면, 나도 자연적으로 올라가는 셈이지요!`하시더라.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으실텐데…."
요한 신부님은 제게 말로써의 멘토 사제라기보다는 진솔한 삶으로써의 멘토 사제이십니다. 늘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모습안에서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