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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 다시 읽는 드망즈 주교 일기] (14) 1915년 11월 10~20일

심한 감기에도 사목방문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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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1915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망즈 주교는 경북지역 사목방문에 나선다. 천황의 즉위 기념일에 만세를 불러야만 하고 배 위에서 온 몸이 얼어붙기도 하지만, 도둑을 염려해 주교의 집을 지켜주고 마당에서 견진성사를 받는 교우들의 열성에 감사한다.


 
▲ 1915년 11월 19일 드망즈 주교가 사목방문한 경북 상주 하갈공소.
이 마을 지도급 교우의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어, 교우들은 주교를 지키기 위해 밤새 집을 지켰다.


1915년 11월 10~11일

오늘은 천황의 즉위 기념일(대정천황의 즉위 기념일을 말한다)이어서 일본과 한국에서 오후 3시 모든 사람들이 만세를 외쳐야했다. 우리 촌사람들은 그런 일에 하등의 관심이 없었지만, 그러나 명령 때문에 모두들 깃발을 내걸어야만 했다.

11일, 복사들이 짐을 싸는 동안에 비들못(1915년 경북 군위군 군위읍 금구리에 설치된 공소)의 소녀들이 민요를 불러주었는데, 음조와 음색이 아주 듣기 좋았다.

도리원(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원리 옛 시장이 있던 곳으로, 1920년 큰 홍수를 당해 시장을 화전리 도리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50리를 더 갔고 비안읍을 지난 후에, 저녁 6시 안계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큰 마을로 가서 마 요한이라는 사람 집에 묵었는데, 거기서 우리는 편안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서둘러 제대를 마련했다.

11월 14~16일

어제처럼 마당에서 견진성사를 주었다. 방의 천장이 주교관을 쓰고 있기에는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온통 서리가 내려 있었고 하늘은 무척 맑았다. 우리는 서둘러 강 건너편에 있는 도경리(경북 예천군 지보면 도장리)로부터 10리 길을 갔다.

16일, 수산(경북 예천군 풍양면 고산리)에 도착했는데 여기서는 세속적인 관심에서 개종이 많았다. 냉담 교우들이 수계하는 교우들보다 많았고, 수계자들도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오늘 저녁의 영세자 중 개신교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 그의 가족을 데리고 왔으므로 영세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인들에게서 봉급을 받고 있었고, 또한 그의 개종으로 자신의 생계 수단이 끊어질 것이므로 이와 비슷한 다른 경우와 같이 항구성은 불안한 것이다.

11월 17~20일

수산에서 물미(경북 상주군 사벌면 퇴강리)까지는 10리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을 건너느라고 시간이 무척 소요되었다.

찬바람 때문에 배 위에서 꼼짝하지 못하느라 우리는 꽁꽁 얼어버렸다. 18일, 폭풍이 계속 되었다. 어제 몸이 얼어붙었던 결과로 나는 심한 감기에 걸렸는데, 투르뇌 신부와 그의 복사는 나보다 더 심하게 감기에 걸렸다.

20일, 어젯밤 교우들은 도둑에 대비해 집을 지켰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 그들이 유럽인들을 습격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투르뇌 신부는 감기 때문에 천식이 발병해서 상당히 심하다. 그의 복사는 병석에 누웠고, 내 감기도 조금도 차도가 없다. 정말로 춥다. 모두가 병에 걸린 것은 배에서 몸이 꽁꽁 얼었기 때문이다. 벌판은 밭에서 직접 무를 사려고 오는 한국인들로 온통 하얗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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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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