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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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본당 신부들의 수호성인 마리아 비안네 신부의 사목지를 찾아서 (상)

사제 직분의 정체성과 의식 깊이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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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15-A (강서구) 지구 사제들이 `사제의 해` 를 맞아 4월5일 부터 8박9일간 본당 신부들의 수호성인인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의 사목지 프랑스 아르스를 순례하고 돌아왔다. 지구장 유종만(등촌1동 본당 주임) 신부의 순례기를 상ㆍ하 두 차례 싣는다.

여행은 항상 설렘을 동반한다. 몇 년 만에 가보는 성지순례인지라 가슴 벅찬 감동이었지만, 강서지구(15-A지구)의 일과 본당 주임사제로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8박 9일간 프랑스 성지순례 겸 사제 연례피정을 시작했다. 함께 성지순례에 참가한 지구 주임사제들, 이종남(발산동)ㆍ이철희(등촌3동)ㆍ전경표(공항동)ㆍ이승철(화곡2동)ㆍ이형재(마곡 수명산)ㆍ장혁준(화곡본동) 신부님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한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해외여행, 그것도 영화나 책에서만 봤던 흔치 않는 성지순례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설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물론 관광이 아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아르스의 성자` 요한 마리아 비안네(1786.5.8 ~ 1859.8.4) 성인 선종 150주기를 맞아 2009년 6월 19일부터 2010년 6월 11일까지 1년간을 `사제의 해`로 선포하셨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포한 `사제의 해`, 그 의미는 최근 교황청 성직자성이 각국 주교회의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잘 드러난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 이름으로 작성된 공문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무엇보다도 사제 직무의 효력이 달려 있는 영적 완덕을 향한 사제들의 노력을 북돋우고자 `사제의 해`를 선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수 사제직을 받은 일선 본당 사제들이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함께한 이번 성지순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자부심과 정체성, 신원 의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여정으로서의 피정이고 성지순례였다.
 순례 사제단은 본당 신부들의 수호성인인 비안네 신부가 사목했던 아르스를 방문하기 전 프랑스 대표적 성지와 사적지를 먼저 둘러봤다. 베즐레 막달레나 성당, 쥬미에즈 노트르담 성당, 코드벡 앙코 베네딕토 대성당, 리지외의 성녀 소화 데레사 대성당과 성 피에르 대성당, 몽생 미쉘을 거쳐 CD로만 듣던 그레고리오 성가로 유명한 솔렘 베네딕토 수도원에서의 그레고리오 미사, 성녀 베르나데타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느베르…. 그리고 아르스를 둘러 본 후 파리외방전교회, 샬트르 대성당 등을 마지막으로 모든 여정을 끝냈는데, 성지순례 기간에 벅찬 감동과 함께 자그마한 기적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8박 9일 내내 현지에서 안내를 해 준 차길환 형제가 기적의 메달 성당에서 요셉이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다.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해외 여행인들을 위해 가이드 생활을 해 온 차길환 형제는 주로 가톨릭 신자들을 많이 안내해 교리에 대한 상식이 풍부했기에 우리 7명 사제들은 흔쾌히 동의해 세례를 줬다.
 
 이탈리아를 둘러본 배낭 여행객이 프랑스 남동부를 거쳐 파리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이다. 프랑스 수도 파리를 서울에 비유한다면, 마르세이유는 부산, 리옹은 대구쯤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날 프랑스 축구 리그의 `올림피크 리옹`으로 유명한 리옹은 기원전 로마 군사주둔지가 되면서 도시화됐다. 이후 13세기에는 공의회가 두 차례나 열릴 정도로 우리 가톨릭교회로서는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지닌 도시다. 비안네 성인이 첫 본당 주임 사제로 발령 받은 `아르스(Ars)`는 리옹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35~4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일행이 리옹을 떠나 아르스에 도착한 날은 4월 11일이었다. 부활 제2주일이자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세계 각국 신자들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성당 전체는 순례객들로 꽉 차 있었다. 11시 미사를 드리려고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랑스의 자그마한 시골 아르스를 순례하는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무려 45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그 행렬이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성당 정문 바로 앞에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주일미사와 평일미사 시간, 성체조배와 저녁기도 시간이 게시돼 있었다. 주일미사는 오전 8시, 10시, 11시 그리고 오후 6시에 있고, 평일미사는 오전 11시와 오후 6시에 봉헌된다고 적혀 있다.
 또 순례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미사 이외에 고해성사와 성체조배, 묵주기도와 저녁기도 등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비안네 성인처럼 하루에 18시간 동안 고해성사를 줄 수 없지만 현지 고해성사 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이고 주일에는 오전 9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다.
 
 우리는 10시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비안네 성인이 생활했던 사제관을 세심하게 둘러보고 성물방에도 들러 여러 가지 성물들을 구입했는데 그 중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영대였다. 원래는 전례복을 한 벌 구입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고가(高價)라서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부주임과 보좌신부 선물로 영대 2개를 더 사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니 본당 신자들이 마음에 걸렸다. 사목협의회 위원들 선물 30개도 부담이 됐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묵주 30개를 또 구입하고서는 선물을 받고 입이 귀에까지 걸릴 사목위원들을 생각하면서 잠시 흐뭇해하기도 했다. 나중에 구역장과 반장에게 줄 선물도 결국 기적의 메달 성당에서 구입했지만, 정말로 돈을 쓰면서까지 이렇게 행복했던 시간은 아마도 손가락을 꼽을 정도인 것 같다.

                                                  글 ㆍ사진=유종만 신부
                                   (서울대교구 15-강서지구장 겸 등촌1동본당 주임)


 
▲ 성지순례에 참여한 서울대교구 15-A(강서구)지구 주임사제들이 비안네 성인 기념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가톨릭평화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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