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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100주년 특별기획 - 다시 읽는 드망즈 주교 일기] (16) 1917년 5월 28일~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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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부에서 미사를 드렸다. 사진을 찍고 산책을 했다.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는 참으로 훌륭하다. 아름다운 구역 안에 있으니 파리 바로 근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1917년 5월 페트렐리 교황대사가 대구를 방문한 당시 일기를 보면, 드망즈 주교는 좋지 않은 심기를 자주 드러낸다. 그는 당시 ‘우리는 저녁 7시50분 기차에 맞추어 역까지 그를 수행했다. 그가 떠나자 우리는 한결같이 그가 떠난 마지막 행동이 그의 여행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고까지 전한다.

1917년 5월 28일

학생들의 대소풍이 오늘 방천(경북 달성군 다사면 방천리)에서 있었다. 우리 모두 소풍에 참석했다. 야외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 더운 날씨 때문에 옷을 갈아입고, 부산행 급행열차를 탔다. 페셀 신부와 함께 페랑 신부댁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부둣가로 가서 페리호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거닐었다.

페리호는 10시45분에 도착했다. 교황대사를 페랑 신부댁에 모시고, 나는 페셀 신부와 함께 부산진으로 자러 갔는데, 늦지 않게 도착해 자정 조금 전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교황대사님과의 대면 첫 인상은 그다지 좋은 것이 못되었는데, 이탈리아적인 것일까?

5월 29일

교황대사님은 페랑 신부댁에서 밤을 지내고, 신부와 함께 페셀 신부댁으로 와서 잼과 커피를 드셨다. 교황대사님은 일본인들의 주임신부댁에서는 사과 한 개밖에 들지 못했다. 페랑 신부(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부주의하고 뻔뻔스러운)는 기름때가 절은 접시 위에다 계란과 떡갈나무 열매와 커피만을 내놓았다.

우리는 10시30분 기차를 타고 대구에 1시15분 도착했다. 샤르즈뵈프 신부를 제외한 신부들 전원이 역에 영접을 나왔다. 여기서 교황대사님은 신학생들을 접견하고, 신학교를 둘러보았다. 내가 대사님을 수행하게 되어, 뮈텔 주교에게 통보했다. 대사님은 자유롭게 계획을 변경하는 것 같다.

9월 20~21일

산책에서 돌아오자 무세 신부가 전보를 전해 주기에 내 배편이 연기됐다는 코바 주교의 전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평온하게 전보를 뜯었다. ‘사즈(Sage, 남만주의 보좌주교) 주교 사망. 슐레’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고, 주교직에 오른 지 2년 6개월만에 연로한 주교를 그대로 남겨두고 38세의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는 보좌주교를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고, 비통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소식이다. 사실 우리는 참으로 하찮은 존재이다.

21일, 저녁 9시 ‘시라지 마루’ 호에 승선했다. 배는 정시에 닻을 올렸으며, 승객들은 별로 없다. 나는 어려움 없이 세관검사를 마쳤다. 시가 50개비를 등록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자러갔다. 무수히 많은 작은 배에 횃불을 켜놓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9월 29일

중국 상하이 경리부(파리외방전교회 극동지역)에서 미사를 드렸다. 오전 중에는 줄곧 게레 신부와 산책을 했다. 사진을 찍고, 오후에도 역시 산책을 했다.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개항장에 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는 참으로 훌륭하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내가 1898년에 보았을 때 불결하던 중국인 경작지들은 아름다운 거리로 변했고, 참으로 호화로운 저택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름다운 구역 안에 있으니 파리 바로 근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 페트렐리 교황대사 대구 방문 기념사진(1917년 5월 30일).
 

 
▲ 중국 상하이 파리외방전교회 극동지역 경리부 구내 정원.
 


가톨릭신문  20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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