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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천주실의] (1) 그리스도교 신학과 중국 유학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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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구 신부
 

올해는 예수회 선교사 마태오 리치 신부의 선종 400주년(5월 11일) 을 맞는 해입니다. 가톨릭신문은 리치 신부의 삶과 영성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에서 그의 저서 「천주실의」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풀어 쓴 ‘박종구 신부의 다시 보는 「천주실의」’를 연재합니다. 집필을 맡은 박종구 신부는 예수회 소속 사제이자, 현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예수회 후배 사제가 예수회 400년 선배 사제의 여정을 따라갈 이번 기획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필자가 마태오 리치(Mateo Ricci, s.j., 1552~1610)의 이름을 동양(중국)의 선교사로 처음 대면한 때는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수련생활을 갓 시작했을 무렵 수련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거인들의 세대」(George Dunne, Generation of Giants, Univ. of Notre Dame Press, Indiana, 1962)에서 리치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제 갓 시작한 젊은 수련자에게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온갖 흥미와 경탄을 자아내며 수도적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억나는 리치 신부는 신학자요 과학자였으며, 중국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그리스도교를 이해시키기 위해 애써 노력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중국문화 안에 소개하고자 했던 인문학적 시도를 했던 선교사였다. 여기에 소개할 「천주실의」는 인문학적 독서의 기반이 넓고 두터웠던 중국사회에서 가능했던 대화의 통로였다.

「천주실의」는 현대와 유럽의 중세라는 시대적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400여년이 지난 21세기 초반에 이 작품이 현대의 그리스도 신앙에 어떻게 ‘새로운’ 빛을 던져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천주실의」는 서구가 그리스도교 문명의 핵심을 동아시아에 소개하는 사건이고, 동아시아 문명권에서는 새로운 사상을 소개받는 자리였다. 이 관점에서 「천주실의」를 읽는다면, 20세기 중반 이후 그리스도교의 토착화가 화두가 된 시대에 리치의 저서는 좋은 연구 자료가 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문명과 문명의 만남이란 관점이 「천주실의」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주실의」는 마태오 리치가 중국 도착 십여 년 후인 1595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1603년에 출간한 한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본래 유학자들에게 그리스도교를 소개하려는 의도로 집필한 저서였지만, 중국에 파견되는 유럽의 선교사들에게 중국의 정신을 소개하는 교과서적인 입문서이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입문서 이상으로 교리적인 성격이 농후한 이유는 그리스도교를 유학자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별히 유학자들을 설득의 대상으로 여긴 것은 당시 사회의 주류층이 유학자들이었기 때문이었고, 리치는 자신을 ‘서양에서 온 선비’(서사, 西士)로 소개했다. 명말(明末)의 문인 서광계(徐光啓, 1562~1633)는 「천주실의」를 읽고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교에 입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천주실의」를 통해 소개된 그리스도교가 중국의 유학자에게 ‘새로운’ 사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신앙으로 수용될 수 있었던 종교였음을 말해 준다. 이 작은 입교사건은 리치의 신학이 중국의 유학을 만난 전형적인 예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오래 전 수련자의 눈으로 발견했던 열정에 덧붙여 「천주실의」의 역사적, 신학적 의미를 읽어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박종구 신부(예수회·서강대 종교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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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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