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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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만연하는 한탕주의"

"큰 거 한방"… 인생 역전 아닌 인생 파탄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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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거 한방`으로 인생 역전이라는 꿈 아닌 꿈을 서민들에게 심어주는 사행산업.
사진은 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역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래! 그래, 조금만 더~!"
 서울에 있는 한 스크린 경마장.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경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한숨이 흘러나온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낙심하기도 잠시, 스크린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또 마권을 사기 위해 분주해진다.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는 마음이 급했는지 아이를 의자에 눕히고 마권 발급기 앞으로 뛰어간다. 다시 객장에 환성이 울리고 또 다른 경기를 알리는 출발음에 사람들 심장이 고동친다.
 
 늘어나는 한탕주의
 
 최근 국세청이 주요 품목 개별 소비세를 분석한 결과 경마장 입장인원은 2006년 268만6000명에서 2008년 408만6000명으로 52.1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카지노 입장객 역시 2008년 288만1000명으로 2년 전보다 55.6나 늘었다. 경륜장(자전거)이나 경정장(모터보트) 역시 매년 입장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른바 한방으로 인생 대역전을 꿈꾸게 하는 사업들이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인생 뭐 있어, 한방이야~`라는 말이 결코 웃지 못할 농담이 된 지 오래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요행을 바라는 한탕주의 심리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민들을 찾아가는 친절함(?)
 
 이런 한방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도심 근교에 있는 경마장이나 경륜ㆍ경정장을 가지 않고도 일상 생활공간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마사회는 시간적ㆍ지리적 이유로 경마공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수도권 25개소와 지방 7개소에 스크린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큰 곳은 마권 발매기 숫자만 무려 100여 대에 이르지만 표를 사려고 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30분마다 새로운 경주가 시작되는 이곳에서는 하루 10여 차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도박 예방 차원에서 1회에 걸 수 있는 돈의 최고치를 정했지만, 이는 한 창구에서일 뿐이다. 창구를 옮겨가며 마권을 사면 최대 수백만 원을 한 경기에서 잃을 수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한탕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탓이 크다. 세금을 쉽게 걷어 들이는 데 카지노ㆍ경마ㆍ경륜 등과 같은 사행산업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싸움 역시 돈에 움직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허근 신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사행산업을 건전하게 포장하고 있는 꼴"이라며 "이런 사업의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신부는 몇 년 전 서울 올림픽공원에 있는 경륜장을 재미로 찾았다가 며칠 만에 전 재산인 개인택시를 날린 기사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지금 경륜장은 광명시에 더 크고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주식 투자 역시 `한방`을 노린다는 점에서 사행산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건전한 투자개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비해 큰 성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늘어나는 도박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취약하다. 이른바 `한방 산업`에 따른 수입은 급증하고 있음에도 중독자를 위한 예방과 치료 지원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중독자를 양산하는 쪽에는 많은 투자를 하는 데 반해 그로 인한 병폐를 치료하는 쪽에는 그만큼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300여 개 단체로 이뤄진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회원들이 지난 2006년 4월 5일 명동성당 앞에서 도박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행산업 현황과 도박중독의 문제점
 
 국내 사행산업은 경마ㆍ경정ㆍ경륜ㆍ복권ㆍ카지노ㆍ체육진흥투표권 등 총 6개 업종이 허용되고 있다. 사행산업 총 매출액은 2009년 현재 16조5337억 원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 산업이 축산발전기금, 농어촌복지사업 등 각종 공익사업에 크게 기여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마의 경우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총 11조335억 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복권ㆍ경마ㆍ경륜 등에서 나오는 세금이 공익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사행산업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몰아붙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이들 산업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금액과 시간을 따져보면 된다. 명절날 혹은 경로당에서 소액으로 치는 화투를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친한 친구에게 부자 되라며 건네는 복권 한 장도 마찬가지다. 한방을 노리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들은 분명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액과 투자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큰 성과를 얻고자 몰입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도박중독은 알코올중독과 달리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허황된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어려운 현실을 금방이라도 뒤집을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한방이면 본전이다`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과 가족의 삶까지 위협하게 만든다. 이러한 중독은 죽음이라는 종착점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도박은 주변의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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