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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천주실의] (17) 유교의 상제(上帝)와 그리스도교의 천주(天主)

천(天)에 대해 설명하면서 천주의 유일·무한성 언급, 모든 천(天) 개념 포괄하며 인격적인 관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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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그리스도교)의 천주(天主)는 옛 경전에서 말하는 상제(上帝)이다(吾天主乃古經所稱上帝也). 이는 리치의 단언이다. 후에 예수회 내에서 논의를 거쳐 상제(上帝)를 버리고 천주(天主)를 택한 것은 그리스도교의 색채를 강조하고 중국적 전통의 영향을 덜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리치가 주장하듯이 상제(上帝)와 천주(天主)는 단지 이름만 다를 뿐인가?

눈여겨 읽어보면, 리치가 인용하는 구절들은 상제(上帝)를 창조주로 해설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상제는 인륜지덕(人倫之德)을 베푸는 존재로 나타난다.(II-14) 또 리치는 천주의 유일신론적(唯一神論的) 특성과 무한성을 언급하기 위해 한자(漢字)를 간단하게 파자(跛者)하기도 한다. 천(天)을 상제(上帝)로 해석할 수 있다(如以天解上帝得之矣)고 말하면서 하늘(天)은 하나(一)이며 크다(大)라고 언급하기도 했다(天者一大耳).

그렇다면 천(天)을 제(帝)와 동일시하고, 천(天)을 이(理)와 동일시한 성리학자들의 주석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정이(程頤, 1037-1107년)는, 형체로 말하면 하늘(天)이요, 주재(主宰)의 측면에서 말하면 상제(上帝: 하느님)요, 본성으로 말하면 으뜸(乾)이라고 말했다. (程 更加詳曰 以形體謂天,以主宰謂帝, 以性情謂乾). 정이(程頤)는 철학적 체용(體用)의 개념적 틀을 통해 초월적 존재를 해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주자(朱子)는 제(帝)를 하늘(天)로, 하늘을 이(理)로 풀이하기도 했다. 이런 해석의 밑바탕에는 종교적 관념을 멀리 하고, 철학적 관념으로 소화했던 생각이 자리한다. 하늘의 존재를 인격적으로 보는가 하면, 만물의 본성적 원인으로 이해하거나, 인간의 눈에 자연천의 개념에서 볼 수 있는 하늘로도 이해한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은 이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 인격적 관점이 강조된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 그리스도 사건을 통해 하느님 관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까? 그 한 가지 예를 서양의 근대사상에 이르러 볼 수가 있다.

서양의 계몽주의 이래 근대사상이 발흥하면서 철학은 전통 신학의 주장을 거슬러 자주성을 외쳤고, 그리스도교는 아주 커다란 상실을 경험하였다. 그리스도교 신학은 지난 3세기 동안 서양철학이 선포한 자주성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버리지 못했고, 아직도 이런 긴장과 갈등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어찌 보면 중국은 서양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공자시대 이후) 점진적으로 이 과정을 진행시켜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공자 이후 천 여년이 지난 뒤, 원시유가에서 출발한 성리학은 리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탈종교적 철학화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리학이 끊임없이 탈종교화의 과정을 겪었다고 할지라도 정이(程頤)의 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종교적 특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하늘과 땅 혹은 하늘과 인간의 일치를 중하게 여기는 동양사상에서 수신(修身) 혹은 수행(修行)은 인간이 궁극적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취해야 할 근본적 실천태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바탕에서 천지(天地)의 존귀함을 말하거나, 천지를 부모로 존경했다는 말은 사실주의적 언어가 아님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경험으로 증명할 수 없는 존재나 현상을 정의가 불가능한 천(天)과 같은 용어로 은유적 혹은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다.


박종구 신부(예수회·서강대 종교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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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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