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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천주실의] (20) 인간의 영혼은 소멸되지 않는다

만물의 근원 火, 氣, 水, 土 생성소멸될 물질 존재, 물질 존재는 소멸되지만 정신인 영혼은 영원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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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내세에 대한 개념이 없는 중국선비에게 영원한 생명(常生)과 무한한 복락(無窮之樂)은 낯선 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끝없는 소망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그렇다면 애욕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혼(魂)과 백(魄)의 결합체로 죽으면 백(魄)은 흙으로 돌아가고, 혼(魂)은 불멸의 존재로 남는다(常在不滅). 구체적으로 리치는 세상의 혼(魂)을 3품설(品說)-생혼(生魂), 각혼(覺魂), 영혼(靈魂)-에 따라 설명한다. 생혼은 초목의 혼이며, 각혼은 동물의 혼으로 죽으면 모두 소멸된다. 그러나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으므로 몸이 죽더라도 혼은 죽지 않는다. 게다가 생혼과 각혼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사물의 실상을 자각할 수 있다. 생혼이나 각혼은 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과 동시에 사라지는 게 당연하지만, 생각하고 추리하는 능력은 영혼의 특성이므로 몸이 죽더라도 사라질 수 없다. 그러면 소멸의 운명을 의미하는 ‘몸에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인간은 오감(五感)을 몸에 의지한다. 말하자면,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기능은 듣는 것, 보는 것, 맛보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등이다. 이목구비의 작용은 이목구비가 존재할 때에만 작동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대상이 있어도 듣지도, 보지도, 맛보지도, 냄새를 맡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각혼과 같이 몸에 의지해 있으면, 몸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사람은 배고플 때라도 먹는 것이 도의(道義)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먹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영혼은 몸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며, 소멸되지 않고 상재불멸(常在不滅)하는 까닭이다.

리치는 상재불멸의 원칙을 거스르는 현상을 두고 소멸의 원인은 서로 어긋남(常悖)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불, 공기, 물, 흙(火氣水土) 네 원소(四行)로 결합되어 생성소멸의 운명에 놓여 있다. 불과 물(의 기운)은 서로 배치되고, 공기와 흙(의 기운 혹은 성질) 또한 배치된다. 이와 같이 4 원소들은 서로 배치되고 상치하니 필연적으로 서로를 해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네 원소를 가진 사물은 소멸되지 않을 수 없다(故此有四行之物, 無有不泯滅者).

인간 존재에 대한 리치의 설명은 고대 헬라 철학에서 유래한다. 헬라 철학자들은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형이상학적 해석을 시도했다.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40-546년)는 물(水)을 우주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고,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기원전 ?-525년)는 공기를,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610-546년)는 비경험적이며 규정하기 어려운 아페이론(Apeiron)을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다. 마침내 엠페도클레스(Empedokles, 시칠리아 태생의 헬라 철학자, 기원전 대략 493-433년)에 이르면 만물의 근원을 단수(單數)가 아니라 지수화풍(地水火風, 리치의 표현으로는 火氣水土)의 4원소로 보게 된다. 물론 이런 설명은 고대의 헬라 철학전통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대 상념의 존재론적 표시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와 같이 4원소가 물질이기 때문에 모든 물질 존재가 소멸생성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물질이 아닌 정신으로서 영혼은 존재의 모순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박종구 신부(예수회·서강대 종교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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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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