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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천주실의] (21) 유형한 것(물질)과 무형한 것(정신)의 차이

물질·정신의 차이 통해 인간 영혼의 영원성 증명, 영혼은 창조된 순간부터 소멸될 수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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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보았다시피, 생혼(生魂)이나 각혼(覺魂)은 몸에 의지하기 때문에 소멸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이 정신적(영원성을 가리킴)이라는 사실과 동물의 각혼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리치가 제시하는 영혼의 정신성(精神性) 논제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마태오 리치의 첫 번째 논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형체가 있는 혼(魂)은 몸의 주재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은 정신적 존재이기 때문에 육체적 욕망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이치나 규범을 따를 수 있다.

리치의 두 번째 논제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동물적 마음(獸心)과 인간다운 마음(人心)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가지 일을 당해서 서로 모순된 감정을 일으키지만, 정신성의 인심은 도리를 따르는 행위를 낳을 수 있다.

셋째,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은 각각의 본성에 따라 호오(好惡)가 분명하게 나뉜다. 인간은 식욕(食慾), 성욕(性慾), 몸의 편안함(安逸) 등의 동물적인 것과, 선(善)을 덕으로 여기고 악(惡)을 죄스러워하는 태도 등의 정신적인 것을 구비하고 있다. 여기서 영혼은 정신적인 것이다.

네 번째로, 사물을 수용하는 능력은 정신적인 행위이다. 예를 들면, 물그릇이 물을 받아들일 때, 그릇의 모양대로 물의 모습이 결정된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형체를 추상화하여 혹은 관념화하여 마음에 수용하는 것이다. 형태를 지닌 사물들을 관념화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정신적인 것이다.

다섯 번째로, 사람에게 이목구비(耳目口鼻)는 형체 있는 것들에서 비롯되는 색깔, 소리, 냄새, 맛 등과 연관되어 있다. 반면, 인간의 의지와 이성은 무형한 선(善)과 참(眞)에 속하여 유형한 것들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무형한 인간의 의지와 이성은 정신적인 것이어서 유형한 이목구비와 그에 관련된 성질들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섯 째, 감각적인 지식과 동물적 지식은 유한해서 유형한 것들의 사정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유형한 지식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반성적 지식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영(靈)은 정신적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실체까지 밝힐 수 있다.

이와 같이 제시한 리치의 논제들은 유형한 것들과 무형한 것들 사이에 존재의 차이를 계급화시킴으로써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리치에게 정신적인 것은 물질 적인 것과 차원이 다른 존재질서에 속한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 철학의 형이상학적 유(有)개념과 존재질서를 상정하면 쉽게 떠오르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정신의 영역에 속한 인간의 영혼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순간부터 소멸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리치의 설명이다. 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만 아니라, 사실상 이런 이치가 인간이 수도(修道)하지 않을 수 없는 토대이다.(因有此理, 實爲修道基焉)

그렇다면, 과연 불멸의 정신성을 획득하기 위해 인간은 도를 닦는 수고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리치는 인간 영혼의 불멸성을 긍정하거나 현상적으로 증명할 수 있기 위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박종구 신부(예수회·서강대 종교학과 학과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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