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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내가 뽑은 교회건축 - 로마의 산토 스테파노 로톤도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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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원형 교회
제대 천장에서 빛 비추고
세 겹 동심원이 공간 구성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은 로마 시대 장대하고 화려한 건축에 비교하면 참으로 신중하고 간소한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화려한 장식도 없고, 소박한 재료에 둘러싸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이웃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은 과거 어떤 위대한 시대도 갖지 못했던, 빛나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건축이었다. 바로 이것이 다른 건축은 담을 수 없는 교회건축의 진수다.

 하느님이 오직 하나임을 믿고 이를 건축에서 표상하려고 했을 때, 그것은 원형 건물이었다. 또 그 위로 내려오는 빛이었다. 원형 평면은 주님을 향해 둘러싼 우리를, 위에서 비치는 빛은 하느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신앙 공동체를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 정신의 힘과 상상력을 우리는 이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에서 본다.

 현존하는 원형 교회 중 가장 오래된 교회는 로마 산토 스테파노 로톤도(Santo Stefano Rotondo, 467~483, 사진)다. 이 성당은 세 겹 동심원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제대를 한가운데 두고 그 주위에 사람이 모인다. 이 중심부는 주변보다 천장이 높다. 빛은 가운데의 원형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기둥들이 둥그렇게 열을 이루며 제대를 에워싼다. 안에 들어서면 비할 데 없이 간결하면서도 숭고한 공간을 보게 된다. 이런 공간 안에 특별히 부름을 받은 이들이 모여 미사 전례를 봉헌한다. 이들은 제대를 에워싸며 말하고 기도하며 성가를 부르고 무릎을 꿇는다.

 기둥들은 경계를 이루는 동시에 그 안을 보이게 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이 바깥쪽을 약간 어두운 주보랑이 감싸고 있다. 주보랑이란 미사 중에도 그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이렇게 이 성당은 몇 겹으로 제대를 에워싸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은 함께 모인 사람들을 어떻게 한 곳으로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공간의 원점을 순수하고 소박하게 드러낸다. 지금에야 하도 좋은 곳을 많이 봐서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은 너무나 단순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자. 성당이라는 건물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처음으로 성당을 지으려 했을 때, 그들이 과연 무엇을 가장 소중하다고 보았을까를 상상해 보라.

 이 성당은 안에서 그 주변으로 퍼진다. 이것이 그 이후에 나타난 집중식 성당의 원형이다. 이전의 어떤 시대에도 없던 공간을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이 만들어냈다. 그것도 어떤 권력자 한 사람이 아니라, 신앙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이런 건축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이 얼마나 새로운 건축인가? 그때 그들의 시간 속에서 `성당`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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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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