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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내가 뽑은 교회건축 -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요한 23세 성당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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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에서 에워싸는 벽은 정말 중요하다. 성당의 벽은 사람 눈을 즐겁게 해주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사원(temple)을 뜻하는 `templum`은 시간이라는 뜻 외에 이곳과 저곳을 끊어낸다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성당의 `거룩함`을 나타내는 데 제일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깥과 구별시켜 내부 공간을 만들어내는 벽이다. 더구나 성당 내부는 그 자체가 막힘이 없는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므로, 둘러싸는 벽은 성당 공간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해준다.

 성당에서 벽은 우리를 감싸 안는 하느님의 팔과 같은 것으로, 때로는 하느님이 계시는 장막과 같은 것으로도 느껴져야 한다. 그래서 벽은 부드럽게 느껴지게 할수록 좋다. 더욱이 빛은 벽을 타고 내려와 위의 하늘과 아래인 땅을 이어준다. 그리고 그렇게 타고 내려온 빛이 다시 공간을 밝혀준다. 건물 중간에 벽이 없으면 빛이 타고 내려오지 못하고 위에만 머무르고 만다. 벽면에 많은 창을 내면 아무래도 눈이 그곳으로 향하기 쉽고,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산만해지기 쉽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파드레노 세리아테에 있는 요한 23세 성당(사진)은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한 것으로, 2004년에 완공됐다. 이 성당은 지붕 위에 만든 4개 천창에서 빛이 내려온다. 네 곳에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내부는 고르게 밝다. 그렇지만 천장 높이가 아파트 7층 정도(23m)여서 밝은 빛은 위에 머물고, 이보다는 약간 어두운 빛이 벽체 아래쪽, 바닥과 무릎틀을 비춰준다.

 내부 벽면에는 도금을 한 나무 패널을 붙였다. 잔잔한 나무 이음매가 무한히 반복되면서 내부에 빛이 고르게 분포하게 해준다. 벽면은 목재지만 빛을 받아 마치 가벼운 천처럼 느껴진다. 본문에서 예로 든 실바칸느 시토회 성당 돌벽처럼 말이다.

 이 성당은 바닥과 무릎틀이 모두 벽면과 같은 색조를 나타낸다. 제대 뒤 십자고상이 있는 벽면 색조도 전체를 둘러싸는 벽면과 조금만 차이가 나게 만들었다. 콘크리트 벽면과 마름모 모양의 좌우 목재 패널은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탁월한 조형이다. 벽과 바닥과 무릎틀, 그리고 구조체가 모두 빛의 조형을 위해 겸손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고요한 빛과 둘러싸는 벽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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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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