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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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제1화 (4) 빛의 성당Ⅱ: 고딕 교회건축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찬 찬연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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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딕 성당의 빛과 구조.
사진은 고딕 교회건축을 대표하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천장.
 

 
▲ 생 드니 수도원 부속 성당.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가)


   어느 날 고딕 성당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1144년 6월 11일이다. 파리 근교 생 드니 수도원 부속 성당의 동쪽 내진 부분을 고쳐서 완성된 날이 이 날이기 때문이다. 이 성당은 7개의 방사형 제실을 뒀는데, 찬란한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로 제실 벽 전체를 대신했다.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찬란했고, 돌로 된 벽은 `빛의 벽`으로 바뀌었다. 제실은 그 주변을 다닐 수 있게 만든 두 겹 주보랑과 함께 다채색 빛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렇게 생 드니 수도원 부속 성당은 하느님 나라가 신비로운 빛의 공간으로 표현된 최초 예가 됐다. 로마네스크 성당은 약간 어둡고 명상적인 공간이었으나, 이제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찬 찬연한 공간이 나타났다. 장미창도 이 성당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장미창은 다른 `빛의 벽`과는 달리 극도로 중심적이며 빛의 근원으로 나타난다. 태양은 그리스도를, 장미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고딕 성당의 빛은 물질이면서 고귀한 빛이고, 그 고귀한 빛은 정신을 빛나게 했다. 이것이 그 이후에 나타나는 고딕 성당의 원형이다. 그래서 이 생 드니 성당을 설계한 수도원장 쉬제르는 "어리석은 마음은 물질을 통해 진실에 이르고, 깊은 마음은 진리의 빛을 보고 다시 살아난다"고 말했다.

 로마네스크 예술에서는 사물의 물질적 존재감을 내 손으로 직접 `만짐으로써` 그것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고딕 예술에서는 `보는 것`이 만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이 두 예술은 성유물을 대하는 입장도 사뭇 달랐다. 이를테면 로마네스크에서는 성유물을 용기에 넣어서 만졌으나, 고딕 시대에는 수정으로 만든 투명한 용기에 넣어서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봐야 했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변할 때 가장 큰 변화는 `촉각`에서 `시각`으로 바뀐 것이었다. 유리화를 통해 변성한 빛의 공간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던 것은, 그만큼 고딕 성당이 보이는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로마네스크에서는 하느님을 절대자로서 준엄하신 분으로 여겼다면, 고딕 시기에는 사랑에 가득 찬 아름다운 하느님으로 여겼던 것과도 관계가 깊다.

 고딕 성당은 인류가 만든 모든 건축물 중에서 빛을 가장 갈망한 건축이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신앙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했다. 고딕 성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의 3가지 기술적 요소를 고안했다.

 빛을 받아들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구조적 해결은 플라잉 버트리스(flying buttress)다. 벽과 거리를 두고 `날아가듯이` 측면 벽을 지탱하는 버팀벽을 이렇게 부른다. 로마네스크에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육중한 하중 때문에 측면 벽이 밀려날까 봐, 버팀벽(buttress)을 일정한 간격으로 벽에 붙였다. 그런데 이 버팀벽이 벽에 붙어 있으면 자유로이 창을 내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고딕 성당은 플라잉 버트리스를 고안해 창을 훨씬 넓게 내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빛을 내부에 끌어들였다. 또 벽면에 붙은 기둥도 더 가늘어졌다. 빛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없고서는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구조물이었다.

 한편 위로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은 끝이 뾰족한 아치로 해결했다. 머리끝이 뾰족한 아치라고 해서 첨두아치(pointed arch)라 부른다. 간격이 정해진 기둥 위로 반원의 아치를 올리면, 그 높이는 기둥 간격 이상 높아질 수 없다. 그러나 끝이 뾰족한 아치를 쓰면 기둥 간격이 정해져 있어도 반원보다 더 높게 높이를 조절하며 올라갈 수 있었다. 대단한 발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높고 빛이 가득 찬다 하더라도 지붕이 가벼워야 기둥도 가늘어지고 창을 크게 낼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둥근 천장의 돌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 이를 갈비뼈 모양의 부재로 보강해야 했다. 이를 볼트에 갈비뼈를 덧붙였다 해서 리브 볼트(rib vault)라고 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지붕의 무게는 갈비뼈 모양의 부재가 받고, 이것이 밑으로 쭉 내려와 서로 엮여서 다발로 된 기둥이 된다.

 고딕 건축은 빛을 가득 채운 높고 높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고딕 성당의 구조적 노력을 볼 때마다, 빛으로 공간을 채우려는 신앙인의 열망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고 로마네스크보다 실내가 크게 밝은 것도 아니었다. 고딕 성당의 유리화가 오히려 어둡기도 하다. 로마네스크 성당에서는 빛이 벽이라는 실체와 구별되고 대조를 이룬다면, 고딕 성당에서는 유리화를 통해 외부를 의식할 수 없고, 오직 빛의 하늘 나라만이 인간의 영혼에 깊이 관여하게 했다. 유리화는 유리로 돼 있지만, 밖이 안 보이고 빛이 벽을 삼투해 들어온다. 벽의 역할도 하지만 돌로 된 벽의 성질을 바꿨기에 유리화는 빛나는 벽이다. 그래서 고딕 성당의 벽은 `빛의 벽`이다.

 이렇게 고딕 성당은 더 많은 빛과 더 높은 구조물을 갈망했다. 생 드니 수도원 부속 성당이 개축된 이래, 도시는 경쟁적으로 더 높은 대성당을 건설했다.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후반까지 90년간 80개나 되는 대성당이 지어졌다. 이는 강렬한 신앙 때문이지만 막대한 경제적 번영도 대성당을 짓게 한 큰 이유였다.

 노와이용 성당(1150년 기공)의 천장 높이가 22.7m였는데, 보베 대성당(1271년)의 51m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너무 높이 올라간 나머지, 지어진 지 12년 만에 천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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