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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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그리스도교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탈리아 (2)

철저하게 가난·침묵·노동을 하며/ 하느님의 영광 위해 모든 것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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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토는 ‘수도회의 시조’라고 불리운다. 수도회 공동생활의 규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성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규칙서는 유럽의 많은 수도회에 영향을 미쳤다. 시토회, 카르투시오회, 클뤼니 연합회 등 수도회는 베네딕토 성인의 규칙서를 바탕으로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제7차 수도원 순례단이 방문한 까말돌리수도회와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 역시 베네딕토 수도회 규칙서를 따르고 있다. 철저하게 가난과 침묵, 노동을 하면서 오롯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수백 년 동안 하나의 거룩한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그들의 삶 현장을 찾아가봤다.



은수자와 수도자 공동체, 까말돌리 수도회

수많은 영성의 대가와 예술가를 배출한 까말돌리수도회는 토스카나 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험준하고 높은 산을 한참 올라가서야 겨우 수도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침묵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공간답게 까말돌리수도원은 조용히 순례단을 맞았다.

1023년 성 로무알도(Romualdus, 952?~1027)에 의해 창설된 수도회는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회 규칙서를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응용도 변형도 없이 그 내용을 실천하며, 하느님의 영성과 말씀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탈리아 라베나의 성 아폴리나레 클뤼니 베네딕토 수도회에 활동했던 창설자 성 로무알도는 당시 교회 내에 팽배했던 고갈된 영성과 형식적인 신앙이 수도생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형식적 수도생활에서 벗어나 영육간의 일치를 강조하며, 가난과 고독, 침묵을 통해 수도회 초기 정신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세상과 분리된 그곳에 까말돌리수도회를 세우게 됐다.

까말돌리수도회는 은수자와 수도자가 공동생활을 하는 특별한 공동체다. 고행하면서 영성의 삶을 살아가는 은수자 공동체를 까말돌리, 은수자들의 삶을 도와주며 노동의 삶을 살아간 수도자 공동체를 폰테 아벨라니라고 불렀다. 이들은 하나의 공동체로 살았지만 생활공간은 달랐다. 경작지를 중심으로 은수자와 수도자가 맞은편에 살며, 서로의 수도생활을 도왔다. 은수자는 자신이 터득한 영성을 일반 수도자에게 전했고, 수도자들은 노동으로써 은수자들의 영성적 삶을 지원했다. 은수자와 수도자를 결정하는 것은 수도회 아빠스의 몫이었다.

수도회는 은수자와 수도자의 화합을 강조하며, 장상에 대한 순명, 공동체 의식, 하느님과의 일치라는 공동의 목표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수도자의 공동생활은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 보완, 화합하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수도회를 꿈꾼 창설자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적인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으로 공동체는 결국 갈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 영성에서 멀어진 수도자 공동체 폰테 아벨라니에서는 성직 임용 남용, 매매 등의 부정부패가 일어났고, 그곳에서의 삶은 실패하고 말았다. 수도회는 16세기까지 은수자와 수도자가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일치하지는 못했다. 이후 1935년 교황 비오11세에 의해 까말돌리와 폰테 아벨라니는 다시 합쳐져 현재에 이르렀다.

영육의 일치를 강조한 까말돌리수도회는 교회 학문과 예술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음계를 체계화한 아레초의 귀도 다레쵸, 그라시아노 법명의 그라시아노, 천사들의 성 마리아 수도회 창설자, 성경을 최초로 이탈리어로 번역한 학자 등 영성의 대가, 학자, 예술가들이 이곳 수도회 출신이다.

약 천년의 역사를 걸어온 수도회에는 현재 은수자 21명이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들의 영성생활을 돕는 수도자들도 함께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다. 창설자의 이상에서 시작됐지만 굴곡과 어려움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독특한 형태의 까말돌리수도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도회와 신앙인들에게 영육의 일치와 영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공동체로서 교회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 까말돌리수도회 성당.
1027년 로마네스크풍의 성당으로 건축됐으나 잦은 지진으로 인해 세 번이나 다시 지어졌다.
현재의 성당은 1658년에 완공된 바로크양식의 건축물이다.
 

 
▲ 까말돌리수도회는 은수자와 일반 수도자가 함께 생활하는 독특한 형태의 수도회다.
은수자들은 고행을 통해 깨달은 영성을 일반 수도자에게 전하고, 일반 수도자들은 기도와 노동으로써 은수자들의 영성적 삶을 지원한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

1992년 마산 진동에 진출한 이래 기도와 관상, 노동의 삶을 살아가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은 렉시오디비나(거룩한 독서)와 노동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본원이 바로 이탈리아 시에나에 위치한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다.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수도원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건물 자체가 자연의 일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세 개의 구릉 위 십자가와 올리브나무 등으로 표현된 수도회 상징물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수도회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베네딕토회의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는 역시 기도와 노동을 실천하며 생활한다. 이들은 성모신심을 강조하고 있으며, 흰 수도복을 착용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는 귀족 가문의 성 베르나르도 똘로메이(Bernardo Tolimei, 1272~1348)가 세운 수도회다. 법학교수이자 황제의 기사였던 그는 회심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1313년 동료



가톨릭신문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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