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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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진행 중…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 (7) 계시헌장 해설 (상)

계시 자체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 제시/ 교회일치까지 고려한 제목 ‘하느님의 말씀’/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대화의 가능성 열어놔/ 역사비평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경연구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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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백여 년 사이, 계시와 그 계시를 담고 있는 성경에 관한 교도권 문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이는 19세기 이래로 이루어지고 있는 성경 연구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성경은 신학 연구와 교회의 삶 안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계시헌장에 들어 있는 여러 주제들은 지난 세기 동안 많은 논의의-흔히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이 글에서는 역사적인 전망 안에서 계시헌장을 바라보며 계시헌장 이전의 문헌들과 계시헌장 자체의 형성 과정, 그리고 공의회 이후의 문헌들에 비추어 계시헌장의 의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계시헌장 자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알아볼 것이다.



계시헌장 이전의 문헌들

1870년에 중단되었던 제1차 바티칸공의회는 교의헌장인 「하느님의 아드님」 제2장에서 계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내용은 트리엔트공의회에서 선포한 가르침들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 이후의 문헌들과 같은 새로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래에서 우리는 특히 제1차 바티칸공의회의 명제적인 계시 개념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인격적인 계시 개념을 비교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변화는 20세기의 신학을 배경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그 후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아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섭리의 하느님」(1893)에서부터 교도권은 근대의 비판적인 성경 연구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한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역사비평적인 성경 연구의 한계점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연구가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당시에는 역사학과 고고학의 연구 방법을 성경 연구에 접목시켰던 초기의 시도들을 어려움 없이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오 13세는 처음으로 교도권 이름으로 학문적 연구 방법들을 인정했던 것이며, 더불어 신앙과 전승이라는 기준 안에서 성경을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섭리의 하느님」 반포 50주년을 맞아 비오 12세는 회칙 「성령의 영감」(1943)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영적인 면에서 위험을 가져온다는 일부 주장에 맞서 학문적인 성경 연구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즉, 본문의 영적이고 신학적인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말하면서도 먼저 그 문학유형을 고려하여 자구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성서학자들에게 회칙 「성령의 영감」은 교도권의 결정적인 지지요 격려와도 같은 것이었다.

계시헌장의 형성 과정

이렇게 볼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시 이미 교도권에서는 학문적 성경 연구의 수용 여부를 문제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수반되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공의회의 응답이 필요했다. 이는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어떻게 전통적인 가르침과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면 ‘역사비평을 통하여 성경 본문들이 여러 시대를 거쳐 여러 저자와 편집자를 통해 형성되었음을 알게 된 상황에서 성령의 영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였다.

또한 공의회는 공의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일어나고 있던 성경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에도 부응해야 했고, 성경과 성전의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했다. 계시헌장 초안 제목이 ‘계시의 원천들’이었다는 사실은 계시의 원천인 성경과 성전이 계시헌장 초안의 첫 번째 관심사였음을 드러낸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 교회 내에는 근대주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었고, 이 때문에 공의회 신학위원회가 준비한 계시헌장의 초안 ‘계시의 원천들(De fontibus revel ationis)’은 교회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보전하려는 의도에 따라 제1차 바티칸공의회를 따라 스콜라 신학의 교과서적인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그 의도는 합당한 것이었지만, 많은 공의회 교부들은 특히 교회일치적인 측면의 고려를 요청하며 그 초안에 반대했다. 성경과 성전을 ‘계시의 원천들’이라고 말하는 이 초안의 제목에서 우리는 이미 이것이 개신교의 입장과 명백히 충돌하는 것임을 알아볼 수 있다.

초안을 반대한 이들의 입장은 가톨릭 신자가 아닌 그리스도인들과 대화와 일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같은 진리를 전달하면서도, 예를 들면 스콜라 철학과 신학의 표현을 사용하기보다 성경과 교부들의 말을 인용한다든가, 또 동방교회나 개신교에서 우리와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염두에 둔다든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초안은 2/3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교황 요한 23세는 신학위원회와 교회일치위원회가 함께 완전히 새로운 의안을 작성하도록 했다. 이 합동위원회에서는 성경과 성전의 관계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시의 원천들’이라는 제목부터 ‘계시에 관하여(De revel atione)’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 교황으로 선출된 바오로 6세는 이 개정안도 반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표결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시 본문 수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이후에 작성된 세 번째 의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립되었고 교황 자신도 몇 가지 수정 의견을 제출하였으므로, 1965년 11월 18일에 이르러서야 네 번째 의안이 통과되고 이를 바오로 6세가 반포하게 되었다.

마지막 제목인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은 계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또 계시의 원천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성경만, 또는 성경과 성전)에 관한 신학적 논의를 포함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을 어떤 범위로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계시헌장과 2010년에 나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을 비교해 보아도 계시와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는 두 문헌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성경적인 제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계시의 근원으로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을 출발점으로 삼음으로써 우리의 눈길이 신앙의 더 본질적인 부분을 향하게 하고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서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계시헌장은 ‘트리엔트공의회와 제1차 바티칸공의회의 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계시와 그의 전달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을 천명’(1항)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표현 방법에 있어 전통적인 틀을 어느 정도 벗어남으로써 계시헌장은 계시 자체에 대한 더 성경적인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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