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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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혼이 담긴 교회건축물, 체르토사수도원과 파르마대성당

“진정한 하느님의 집은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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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교회건축물에는 ‘혼’이 담겨 있다. 하느님에 대한 찬양과 사랑, 하느님 나라로 향하고 싶은 동경이 녹아들어 있다. 건축물을 몇 백 년에 걸쳐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 체르토사수도원과 파르마 세례당도 역시 ‘혼’이 담겨 있는 건축물이다. 섬세한 조각과 아름다운 장식물들은 당시 수도회와 신자들의 신심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에서는 체르토사수도원과 파르마 세례당 건물에 숨겨진 영성의 샘을 찾아본다.

#‘위대한 침묵’의 카르투시오회 체르토사수도원

하루를 침묵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내는 카르투시오회는 2005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많은 신자는 물론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1084년 설립된 이 수도회는 까말돌리와 올리베또 등과 마찬가지로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고 있다. 영화에서 드러난 사실처럼 수도회는 봉쇄수도회로서 평생 엄격한 침묵을 지켜야 한다. 공동체이지만 미사 외에는 식사도 혼자하게 되어 있으며, 작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경작물로 식사를 한다. 노동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기도하고 생활해야한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도피한 듯 보이는 그들의 침묵에는 세상에 대한 비관이 아닌 사랑이 담겨 있다. 주님 안에서 고독과 봉쇄된 삶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삶을 살아가는 카르투시오회의 삶은 영성이 메말라 가는 세상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 같은 존재다.


 
▲ 카르투시오회 회랑에서 바라본 체르토사수도원의 모습.
침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카르투시오회의 수도원이었던 이곳에는 현재 시토회 수사 7명이 생활하며, 성당을 관리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에 위치한 체르토사수도원은 침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카르투시오회 건물이다. 1396년 잔 갈레아초 비스콘티 공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부인의 건강회복과 후계자 탄생을 기원하며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했던 그는 모든 것이 이뤄지자 감사의 뜻으로 성당을 짓게 됐다. 1453년 완공된 성당은 롬바르디풍 고딕 양식을 띠고 있다. 이곳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많다.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최초의 은수자 성 안토니오 등의 성화를 비롯 체르토사수도원 완공 이후 설치된 첫 상아 제단 등 볼거리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지어달라고 했던 비스콘티 공의 바람대로 성당은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 장식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이곳은 관광지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지으라는 후원자 비스콘티 공의 명처럼 성당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현재 체르토사수도원에는 카르투시오수도회 수도자들은 한 명도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지역으로 옮겨 봉쇄수도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대신 43년 전부터 성 베르나르도가 창설한 시토회 수사 7명이 생활하며 성당을 관리하고 있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없지만 수도원은 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중앙 회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공간이 연결돼 있으며, 복도에는 테라코타 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회랑을 지나 또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면 수도자들이 숙소로 생활했던 방이 나온다. 식사를 전달하는 창과 검소한 방의 모습 등이 영화 ‘위대한 침묵’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 파르마

파르마는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고향이며, 파마산 치즈가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중세에는 학예와 농업의 중심지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두우모광장(Piazza Del Duomo)을 본 사람들은 이곳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다.

12세기 지어진 성당과 세례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세례당의 의미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는 생소하다. 중세의 성당은 그 자체가 하느님의 집으로 인식돼,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세례당에서 세례예식을 치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후에나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세례당은 성당 못지않게 유럽교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파르마의 세례당은 팔각형 모양으로 7~8층 높이의 분홍색 대리석 건축물이다. 고딕양식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은 외관이지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건물 내부의 로마네스크풍 조각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10~12세기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에서 발생, 서유럽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이다. 로마건축의 흐름을 이어받은 양식답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글을 모르는 신자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미술작품으로써 전달하기 시작한 것도 로마네스크 양식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적인 묘사는 교회의 권위만 강조하지 않고 장식적 요소를 가미해 건물 자체에 미적 감각을 드러내게 했다고 한다. 특히 작가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출입문이었다. 당시 건물 외벽에는 화려한 장식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는 문에 예술적 장식요소를 모두 쏟아부었다. 다양한 성경 내용 중에서도 최후의 심판과 부활을 주제로 한 작품이 가장 많은데, 이는 교회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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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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