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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내가 뽑은 교회건축 - 프랑스 르 코르뷔제 설계 "롱샹"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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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동부 보쥬 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언덕 위에 가장 아름다운 현대 성당건축이 서 있다. 1955년 20세기 최고 건축가 르 코르뷔제(Le Corbusier)의 설계로 완성된 롱샹(Ronchamp) 성당이다. 정식 명칭은 `노트르담 뒤 오 성당(Chapelle Notre Dame du Haut)`이다. 이 성당은 1950년대에 철근 콘크리트가 교회건축에 다시 도입돼 만들어진 것이면서,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을 가르는 전환점이 된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다.

 롱샹 성당은 벨포르에서 20㎞ 떨어진 작은 마을에 있는 순례 성당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다시 지었다. 규모는 작지만 언덕 위에 있어서 어디에서나 잘 보이며, 언덕 위에서 보면 언제나 주위를 압도한다. 평야와 고원으로 펼쳐져 있는 언덕 정상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성당을 위해 마련된 듯이 평평한 땅을 이루고 있다. 롱샹 성당의 벽과 지붕은 힘차게 땅에 뿌리를 박고 그 위로 솟아오르는 듯이 서 있다. 이렇게 성당은 사방의 풍경과 함께 서 있다.

 성당 크기에 비해 지붕이 압도적이다. 이 지붕은 흰 벽면에 그늘을 깊게 드리우기에 성당은 멀리서도 아주 잘 보인다. 성당을 두르고 있는 4개 벽면은 모양이 모두 달라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마치 4개 건물을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건축가 르 코르뷔제에게 주어진 조건은 아주 단순했다. 하나는 미사 중에도
계속 쓰일 수 있는 제실 3개를 두는 것, 비가 드문 이곳에서 비를 모아 방화수로 쓸 수 있게 하는 것, 순례 기간 중 1만 2000명이 참례하는 대규모 야외 미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폭격을 맞기 전부터 있었던 나무로 된 성모상을 안과 밖에서 모두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붕은 빗물을 모을 수 있도록 마치 게 껍질 모양으로 돼 있고, 벽면에는 크고 작은 둥그스름한 3개 입체가 독립돼 있으며, 동쪽으로는 야외 제단이 따로 나 있다.

 작은 성당이지만 그 안에 한 발자국만 들어가면 벽면을 타고 들어오는 빛의 홍수가 몸을 감싼다. 빛이 주는 공간의 감동을 마음 깊이 느끼려면, 이 롱샹 성당 안에 머물러 있으면 된다. 성당은 제대를 향해 바닥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 내부 콘크리트 천장은 마치 하느님의 장막과 같이 곡면을 이루고 있다. 어두운 성당건축의 원형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르 코르뷔제는 원초적 하느님의 집을 이렇게 형상화했다.

 두터운 창들은 마치 크고 작은 나팔처럼 어떤 것은 좁게 위로, 어떤 것은 넓게 아래로 비춘다. 마치 두꺼운 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벽이라는 물질을 타고 들어오는 로마네스크 성당의 빛처럼, 두꺼운 벽면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을 감싸준다. 크기와 두께와 방향이 모두 다른 27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벽을 타고 들어온다. 그래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모두 다르다. 어두운 콘크리트 천장은 벽과 살짝 떨어져 있어서, 그 사이로 가늘고 긴 빛이 들어온다. 이 빛은 약간 한가운데에서 아래로 굽은 천장의 끝자락을 비추기 때문에, 천장을 더욱 가볍게 보여준다. 천장은 가볍게, 벽은 두껍게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창문이 나 있는 벽과 나란히 있는 북쪽 굽은 벽은 차분하게 사람의 움직임을 유도하며 굽이치는 듯 보인다. 롱샹 성당은 이렇게 20세기 이후 교회 건축 중 세 번째 흐름을 대표한다.

 롱샹 성당은 건축이라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빛과 그림자의 공간을 만들어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을 응축한 것이다. 그야말로 `빛의 조각(彫刻)`이요, `빛의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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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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