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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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제1화 ⑸ 빛의 성당 Ⅲ: 오늘의 교회건축

빛의 공간 안에서 미사와 전례 본질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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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의 몸 성당(루돌프 쉬바르츠 설계)
 


 
▲ 르 랑시의 노트르담 성당(오귀스트 페레 설계)
 
 
김광현(안드레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가)

   20세기 이후 교회건축은 매우 다양했다. 흐름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르 랑시(Le Raincy)의 노트르담 성당`(1923년)과 같이 고딕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근대건축 안에서도 고딕 건축을 꾸준히 교회건축의 전형으로 여겼으며, 표현주의의 대표적 성당들도 대부분 고딕건축의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가톨릭 쇄신운동이 고딕건축을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구현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 성당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최초 교회건축으로,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가 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오늘날의 성당건축을 시작한 건물이 바로 이 성당이다. 이 성당은 구조적으로나 미적으로 힘을 받는 구조와 힘을 받지 않는 벽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그러나 한눈에 알 수 있듯이, 이 성당은 고딕 기법을 간직한 근대건축이다. 고딕 성당처럼 좌우 기둥 열을 두고 긴 공간을 셋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성당 가운데는 깊이 방향의 긴 원통 볼트로 덮고, 그 좌우는 이 볼트에 직교하는 또 다른 평탄한 원통 볼트가 덮고 있다. 그렇지만 고딕 성당처럼 천장에서 시작한 뼈대들이 아래까지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천장은 가느다란 기둥 위로 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내부공간은 고딕 성당보다 훨씬 넓고 가볍다.

 벽은 온통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로 둘러싸여 있다. 유리화는 입구에서는 밝은 노란색이 강하지만 제대를 향하면서 푸른색이 점차 강해진다. 창은 미리 만들어온 콘크리트로 조립했다. 그러나 길이가 같은데다가 십자형, 마름모꼴, 정사각형, 직사각형, 원 등 모두 5개 형태를 조합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구분이 잘 안 된다. 고딕 성당에서 모든 부분이 `입자`로 나타난 것과 비슷하다. 근대 콘크리트가 만들어낸 `빛의 벽`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의 벽` 한가운데에는 성모님 생애가 그려져 있다.

 또 다른 흐름은 근대만의 억제된 공간적 특성을 구현한 아헨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Corpus Christi) 성당`(1930년)과 같은 것이다. 이 성당은 루돌프 쉬바르츠(Rudolf Schwarz)가 설계했는데, 내부는 하얗게 비어 있기만 하다. 형태와 색채는 극도로 억제돼 있으며, 장식도 일체 없다. 오직 비어 있는 순백의 공간과 빛뿐이다. 찬연한 빛의 공간을 만든 고딕 성당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하얗게 비어 있기만 한 이 성당이 과연 성당인가 하고 의아해할 정도다.

 비어 있음과 단순성. 건축가 쉬바르츠는 이 비어 있으면서 단순한, 그렇지만 그 안에 빛이 가득 차 있는 공간에 가톨릭 신앙이 집약돼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특히 피조물이 비어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 안을 가득 채우신다는 중세 독일 신비주의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크(Eckhart)의 생각을 현대 성당건축 안에 구현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쉬바르츠의 친구인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Romano Gardini) 신부는 이 성당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 현존이 이 하얀 벽의 고요함에서 피어난다"고.

 성당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는 수직과 수평, 하얀 벽, 극히 단순한 정사각형 창뿐이다. 이 창은 벽 윗부분에 나 있다. 그러다가 제대 쪽에서는 두 열의 창이 바닥으로 내려온다. 제대에 더 많은 빛을 비추기 위함이다. 제대 뒤에 있는 커다란 흰 벽.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부 하느님을 나타내려한 것이다. 조명등을 보라. 천장에는 조명등 전선만이 매달려 있을 뿐, 한 개 줄에 매달린 12개 등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폭 4m 검은 대리석 벽기둥은 성당의 몸체와 낮은 측랑을 나누고 있다. 그 벽기둥에는 하얀 독서대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설계자에게는 한없이 비어있는 지극히 겸손한 공간이야말로 하느님의 임재(臨在)를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현대 성당건축의 중요한 동력은 새로운 공동체 정신이었다. 이것은 교회 전례에 가능한 많은 신자들이 `미사의 방관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여야 한다는 가톨릭교회 전례운동(Liturgical Movement)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교회건축가가 루돌프 쉬바르츠와 도미니쿠스 뵘(Dominikus Bohm) 같은 사람이었다. 이러한 공간과 신학을 구현했기에, 20세기 성당 건축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로 루돌프 쉬바르츠를 꼽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모든 신자들이 전례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히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제석과 평신도석 구별을 없애고, 제대가 신자 중심으로 이동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을 뜻했다. 이것은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이 그랬듯이, 모두 함께 주님의 식탁을 둘러싼다고 하는 미사의 원형과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천명한 것이다.

 1960년대 중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대략 비슷한 시기에 건축 세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곧 문화와 지역의 차이를 무시하던 획일적 국제양식을 비판하고, 인간성과 각국의 고유한 문화를 회복하고자 했다. 이러한 현대건축의 반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도 일치했다. 이렇게 보면 현대 성당건축은 가톨릭 성당건축이 2000년 동안 걸어온 길, 곧 초기 그리스도교 건축, 로마네스크와 고딕건축, 근대건축이라는 모든 빛의 공간 안에서 미사와 전례의 본질을 구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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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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