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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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진행 중…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 (9) 사목헌장 해설 (상)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 실현 위해 노력/ 교회-세상, 종속관계 아닌 상호적 대화의 관계/ 복음에 비추어 세상 변화시키는 교회 의무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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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Gaudium et Spes)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 가운데 가장 긴 문헌이며 공의회가 폐막하는 날(1965년 12월 7일) 반포된 문헌이다. 사목헌장은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Lumen Gentium)과 더불어 교회의 자기 이해를 드러내는 신학적 문헌이며 동시에 세상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사목적 문헌이다. 교회헌장이 교회의 본질(nature)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담고 있다면, 사목헌장은 교회의 사명(mission)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포함하고 있다. 사목헌장은 교회가 세상 속에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을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 가운데 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헌이 ‘교회헌장’이라면, 사목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헌은 사목헌장이다.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담겨져 있다는 면에서 사목헌장은 교회 안팎으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교회 안과 밖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헌이다. 사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은 공의회 이후 교회의 모습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문헌들 가운데서 세상 속에 있는 교회의 모습과 신앙인의 사회적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헌이 사목헌장이다.



I. 사목헌장의 특성과 의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대표하는 문헌

교회 역사 안에서 공의회들은 주로 신학적 문제를 다루어 왔다. 물론 과거의 공의회들 또한 신자들의 일상생활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었지만, 공의회의 전반적 핵심 과제는 신학적 이단들에 대한 정통교리의 확립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역시 이러한 보편공의회 전통 속에 서 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전의 공의회들과는 달리, 단순히 신학적 이단과 오류에 대한 교회의 반대와 척결이라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입장표명에 머물기보다는 복음의 빛에 비추어 시대의 도전과 요구들에 대한 교회 입장과 태도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일종의 ‘사목공의회(pastoral council)’라 불리기도 한다. 공의회의 이러한 정신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 주는 문헌이 바로 사목헌장이다. 사목헌장은 교회에 대한 교의적 원칙을 제시하는 교회헌장의 신학적 흐름의 맥락을 따라가면서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사목적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전의 교회 문헌들이 종교적 영역 안에서의 교회의 삶에 대해 다루었다면, 사목헌장은 종교라는 좁은 범주를 넘어 세상 속에 있는 교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이전 교회의 삶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일종의 새로운 스타일의 교회의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화적 방식을 택한 사회교리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한 요한 23세 교황의 사회 회칙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과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목헌장은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에서부터 「지상의 평화」에 이르기까지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사회 회칙들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공의회 이전의 사회 회칙들은 스콜라철학의 자연법 이론에 근거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이 스콜라철학의 자연법 사상에 따르면, 인간 이성은 사회적 삶 속에 있는 하느님 계획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성적 인간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인간 이성은 언제나 신앙의 도움을 받아서 완전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사회의 흐름은 언제나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의회 이전의 사회 회칙들 입장에 따르면, 교회와 사회의 관계가 상호적 대화의 관계라기보다는 지도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종속적 관계였다.

하지만 사목헌장은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교회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근거를 자연법 윤리에서 찾기보다는 먼저 성경적, 그리스도론적, 종말론적, 그리고 교회론적 바탕에서 찾으려 한다. 2부로 나누어져 있는 사목헌장 문헌의 전반부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그리스도교 전통 전체에 기인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사목헌장 역시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있어서 변형주의적(transformationist) 입장을 취한다.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세상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의 영역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회 역시 세상 속에서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인류가 이미 만들었고 또 아직도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각양각색의 제도들 가운데서 발견되는 참된 것, 좋은 것, 옳은 것은 무엇이나 다 큰 존경심을 가지고 공의회가 주목하는 바”(사목헌장 42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앙과 이성’ ‘교회와 사회’가 서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기 때문에, 사목헌장은 공의회 이전의 사회 회칙들과는 달리 그 언어의 표현 방식이 대화적(dialogical)이다. 이렇게 사목헌장의 언어가 대화적인 이유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교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교회의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 사목헌장은 교회의 자기 이해를 드러내는 신학적 문헌이며 동시에 세상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사목적 문헌이다.
사목헌장은 교회가 복음의 빛에 비추어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세상의 일들에 참여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책임과 의무임을 밝히고 있다.
 
 

헌장으로 선포된 사



가톨릭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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