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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주해] 이사야 ⑮ 술 없이 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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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이사 29,8-9】

“배고픈 자가 먹는 꿈을 꾸어도 깨어나면 계속 속이 비어 있듯이, … 포도주 없이도 취하리라. 술이 없이도 비틀거리리라”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취하고 비틀거리리라’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이 무슨 뜻일까?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분노와 허영이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노여움과 욕정이 우리를 취하게 만들며 우리의 이성을 흐리게 만듭니다. 취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마음이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이성이 해이해지며 이해력을 잃는 것을 뜻합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봅시다.

술 없이 취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러나 이제 저는 여러분에게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것을 피할 뿐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하게 되는 일을 피하라고 권유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이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놀라지 마십시오. 사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불행하여라, 술 없이도 취하는 자들’이라는 예언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합니까?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분노가 우리를 취하게 만듭니다. 허영도 우리를 취하게 만듭니다. 오만한 노여움과 우리 안에서 솟아오르는 온갖 치명적인 욕정이 우리를 취하게 하고, 우리의 이성을 흐리게 만듭니다. 취한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이 본디의 길에서 벗어나고, 이성이 해이해지며 이해력을 잃는 것을 뜻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입문 교리 문답』5,4).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가 있습니다.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마치 취한 양 행동하며 방탕한 자처럼 흥청거릴 수도 있습니다. … 사람은 분노로, 부적절한 원의로, 탐욕으로, 허영으로, 그리고 수많은 다른 욕정들로 취할 수 있습니다. 취한다는 것은 곧 올바른 이성을 잃고 영혼을 어지럽게 하며 그 건강을 빼앗는 것을 뜻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유대인 반박』8,1,1).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술 없이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까? 맨 정신인 사람이 많은 사회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술 없이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영심과 욕망, 아집과 편견, 위선과 이데올로기, 이기심과 분노 등으로 이성을 잃고 비틀거리는 사회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암브로시우스는 그런 사람은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공허한 삶을 사는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즉, 먹는 꿈을 꾸어도 깨어나면 배고픔을 더 느끼듯이, 그들은 공허한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은 실재가 아니라 꿈입니다. … 꿈속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은 자기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이 풍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잠에서 깨면 더 배고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그는 꿈꾸는 자가 먹고 마시는 일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암브로시우스『요셉』6,38).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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