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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 주해] (81) 루카 복음(3)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낸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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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루카 11,2】

“…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먼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그분의 이름),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왕으로 다스리심)에 관하여 아버지께 기원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하느님 이름을 거룩하게 해드리라고, 그분이 당신 아드님을 위해 자비를 베푸실 줄로 믿고 의지하여 그 이름이 우리 사이에서 항상 거룩함을 유지하게 해드리라고 가르치십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성인들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악한 자들은 자기네 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주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것은, 하늘에서 거룩하신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성인들처럼, 우리도 흠 없고 순결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당신 본성으로 만유의 하느님이신 분이 모든 거룩한 이들 가운데 가장 거룩하신 분이라는 게 우리의 확고부동한 믿음일 때, 그때 우리는 그분의 영광스럽고 지고한 존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마음으로 그분을 경외하며 바르고 흠 없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 거룩하신 하느님 가까이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즉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우리 안에서, 우리 마음과 뜻 안에서, 거룩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거룩히 드러난다’는 단어의 뜻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소서”라고 기도한다면, 그는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기 위하여 다른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분의 이름이 영예롭게 거룩한 것임을 알고 고백하는 마음과 믿음을 자기가 소유하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요 모든 축복의 원천입니다. 영혼이 구원받아 높이 들어 올려지는 데 이보다 더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기도가 어디 있겠습니까?(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루카 복음 주해』, 72).

성인들만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한다

하느님은 세상들이 있기 전에 우리 왕이십니다(시편 74,12). 하느님은 항상 다스리시고 전능하신 분인데 그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는 청원을 드리는 것일까?

그들은 만유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께서 다시 세상에 군림하시기를 갈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분은 오실 것입니다. 오시되, 더 이상 우리처럼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가 아니라 심판주로 내려오실 것입니다. 하느님이 되신 분으로, 다가갈 수 없는 빛 속에 사시는 분(1티모 6,16)으로, 천사들을 거느리시고 영광 가운데 오실 것입니다. 그분께서 몸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을 것이다.”(마태 16,27)

그 심판석은 겁나는 자리입니다. 재판장은 치우침이 없으십니다. 그 자리는 탄원하는 자리 또는 오히려 고발하고 징벌하는 자리입니다. 사악한 자들을 위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때를 바라보며 어떻게 사람이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 천박하고 음탕하게 산 사악하고 불결한 자들은 그 모든 자들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입니다. …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루카 복음 주해』, 73).


노성기 신부 (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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