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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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작 - 중학생 부문

불의에 맞선 이들이 일궈낸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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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주(서울 예일여중 2) 양
 

 
▲ 할 말이 있다 / 알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홍길동전을 알고 있다. 그만큼 홍길동전은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의 시들이 바로 그 홍길동전의 저자가 쓴 작품들이라는 점이 반가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시인 허균은 전혀 서로 알지 못하는 동명이인 같았다. 홍길동전 저자인 허균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롭고 멋진 사람이지만, 시인 허균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허균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조선 중기에 시문으로 국내에서 따를 자가 없다고 할 만큼 천재적인 문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꿨다. 예를 들자면 지금 현대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원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인간 평등사상을 실현하여 계급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 주인공인 홍길동보다 훨씬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됐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점은 그가 간절하게 자신이 살던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 사회의 부정과 부패는 말할 수 없이 심각했다. 허균은 정치인이었지만 `늙은 아낙의 통곡`과 같은 시에서 나타나듯 백성이 잘 살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국가가 오히려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권필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붓을 꺾어버리고 정치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아마도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높은 직위에 올라 자신의 이상을 실천해 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그를 보면서 허균이 그 시대 사람들보다 사상적으로 훨씬 앞섰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실천력도 앞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허균처럼 높은 신분의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누구보다 행복해서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행복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허균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치인이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허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내가 그처럼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계급에 속해 있다면 그 삶을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살았을 것이다. 그의 삶은 생각하면 할수록 진흙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가 진흙탕에 빠졌을 때 바퀴를 돌리면 돌릴수록 헛바퀴를 돈다. 허균은 누가 봐도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었다. 좋은 집안의 자제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재능도 뛰어났다. 그런 그가 세상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반역자로 몰려서 비참하게 처형당하기까지의 과정은 진흙탕에 빠진 자동차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허균이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마지막까지 외친 "나는 할 말이 있다"의 의미는 자기가 원하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균의 이상이 지나치게 파격적이었고, 자기 생각을 너무 겁 없이 세상에 드러낸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생긴다.

 책을 읽고 생각했다. 비록 그 시대에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으나 우리가 사는 오늘날 세상은 허균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이다.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등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 수상 소감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세상을 꿈꿨던 허균의 작품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좋은 계기뿐만 아니라 이번 수상을 통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예술 관련 공부를 자신있게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예전보다 지금은 훨씬 생각도 깊어지고 예전과는 다른 나를 보게 됐습니다. 앞으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생각한 것을 표현하겠습니다. 독서감상문을 잘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신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믿고 지켜봐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저와 함께 하시는 좋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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