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보행차를 밀고 가는 노인의 구부정한 허리와 절뚝거리는 다리는 가슴이 먹먹한 시였다. 하지만 나는 생의 마지막 공궤가 될지도 모르는 의자 주인의 푸르렀던 보행의 시간과 두꺼운 통증을 표현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내 왼쪽 무릎에 긴 흔적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빈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골목처럼 휘어진 삶의 굴곡과 통증으로 굳어진 시간들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통증을 새긴 후에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험의 부재에서 캐내야 할 시적인 발상과 상상과 비유의 작업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겠다. 늦은 시작이지만 시를 향한 열정은 시들지 않을 것이고 사유는 진화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비워있는 나의 의자에 긴 울림이 있는 시를 모시겠다.
딸을 위해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아버지 엄마, 남편 호걸씨, 두 아들 대식 윤식, 감사드린다. 사물에게 부지런히 말을 걸라고 하시던 손광성 선생님, 시의 발자국 떼는 법을 가르쳐주신 이재무 선생님, 큰 절로 감사드린다. 두목회 글 동지들, 덕희 수정 미자 그리고 선희 언니, 김주. 그대들의 거침없지만 끝은 아프지 않은 회초리, 사랑한다.
감당하기 두려운 `시인`이란 이름을 주신 평화신문사와 심사위원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신 하느님께 모든 영광 드린다.
▨약력
-1958년 대구 출생
-국민대학교 졸업
-2011 제 3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