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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 - 김훈 소설가

“순교자·배교자 모두가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관찰자적 시각으로 순교와 배교 조명/ 「흑산」에서 ‘사랑’이라는 단어 처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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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사(사장 황용식 신부)가 제정하고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이 기금을 출연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 2013년 수상작에 김훈(아우구스티노)씨의 장편소설 「흑산」(학고재)과 김성춘(비오)씨의 시집 「물소리 천사」(서정시학)가 각각 선정됐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황용식 신부)는 문학평론가 구중서(베네딕토), 시인 신달자(엘리사벳), 소설가 이규희(지타), 시인 김종철(아우구스티노)씨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와 회의를 통해 각각의 수상작을 확정했다.

시상식은 5월 9일 오후 4시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1500만 원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흑산」에는 순교자들도 나오지만, 배교자들도 나옵니다.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무너져 버리는 인물도 나오고요. 교회가 가톨릭의 이름으로 상을 준다는 것은 그런 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고 봅니다. 기쁘고 경건한 마음이 큽니다.”

흑산은 소설가 김훈(아우구스티노·64)이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다. 소설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정약전(1758~1816)과 그의 조카사위인 순교자 황사영(1775~1801)의 삶과 죽음이 큰 축을 이룬다. 하지만 진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순교자들,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배교한 이들 모두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관찰자적 시각으로 순교와 배교를 모두 품었다.

“자기가 생각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증거 한 사람이 있는 반면 또 많은 사람은 고문을 못 이겨 배교를 했습니다. 저는 인간이기 때문에 배교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슬픔이 있었다고 봐요. 양쪽을 함께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17년 전 서울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한 작가는 자유로를 이용해 서울을 오갔다. 그는 종종 자유로에 바짝 닿아 있는 절두산 아래를 지나다니게 됐고, 140여 년 전이라는 아주 가까운 과거에 ‘사학의 무리’라며 1만 명 넘게 처형당한 절두산 절벽을 보며 “도심의 일상적인 공간 안에 끔찍한 박해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일상을 심하게 압박했다”고 말했다.

“인간의 야만성에 저항하는 인간과 굴복하는 인간의 실상을 절두산 절벽을 보고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저 절벽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은 천주교 박해가 내용의 중심을 이루지만 작가 개인적인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유아세례를 받고 유년시절 서울 돈암동과 혜화동본당에서 복사를 서기도 했지만, 현재 그는 냉담 중이다. 그는 “일상생활에 매몰되다 보니 냉담자가 됐다”고 말했다.

“교회가 싫거나 가르치는 교리가 틀리다고 생각해서 안 가는 것이 아닙니다. 싫어서 돌아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신앙을 회복할 것으로 봐요. 눈앞에 벌어지는 야만성의 문제를 합리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교회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듭니다. 결국, 이럴 때 신앙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의 소설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교회가 가르치는 단순하지만 자명한 진리가 백성을 감동시키는 대목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발표한 그의 소설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는 「흑산」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인용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말했다.

“신앙인의 입장에서 떠나 있는 저로서는 ‘창조론’, ‘삼위일체’ 등이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이 분명한 진리이면서 인간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구절입니다. 이 가르침 안에는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있습니다.”

그는 18~19세기 핍박받던 백성이 교회의 난해한 교리보다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단순명료한 가르침에 감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웃’에 더 주목했다.

“사랑의 대상이 다름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거죠. 인류라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 부모 자식, 이웃사람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관념적으로 ‘사랑’을 받아들일 뿐 ‘이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야만성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쓴 것은 19세기 초의 야만성입니다. 그럼 우리 시대의 야만성은 극복했는가. 그건 또 아니거든요. 우리 시대의 야만성은 또 있는 거예요.”

그는 약육강식의 제도화를 우리 시대의 야만성으로 꼽았다. 인간은 일상이 돼 버린 야만성을 ‘질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야만성을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거대한 문제라고 우려한다.

“글을 쓰는 것은 그 야만성과 조금씩 싸워나가는 과정입니다. 결국, 교회의 사명이나, 교육의 사명이나, 글 쓰는 이의 사명이 다른 것이 아닌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톨릭문학상을 받은 것을 뜻 깊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김훈 소설가는…

김훈은 1948년 5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중퇴했다. 이후 한국일보 기자생활을 거쳐 시사저널 편집국장, 국민일보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했으며 2004년부터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소설가로 등단한 그의 대표 저서로는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인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과 소설 「현의 노래」, 「강산무진」, 「남한산성」 등이 있다. 2004년 「화장(火葬)」으로 이상문학상, 2005년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 문학상, 2007년 「남한산성」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 수상작 「흑산」

소설가 김훈이「남한산성



가톨릭신문  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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