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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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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작한 경찰기관에서의 봉사활동은 초기에는 병아리 선교사로서 좌충우돌, 천방지축의 수많은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본당의 예비신자 교리교사, 성서못자리 봉사 등을 함께하면서 서서히 궤도에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말할 수 없는 인간적 방황으로 인해 얼마나 갈팡질팡 해 왔는지` 너무나 부끄러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제2의 삶의 길로 인도해주신 주님의 은총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면서 들어선 봉사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다가오는 인간적 한계는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정도로 떨어질 때가 있으니…!!
 
 그렇게 사랑을 베풀었음에도 일부 대원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등을 돌릴 때 느끼는 인간적 배신감, 순수한 봉사의지를 왜곡해 배타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으로 나오는 일부 경찰관들의 태도, 삶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찾아간 유치장에서 오히려 유치인들로부터 삿대질을 받으며 거꾸로 죄인 취급을 받는 당혹감 등….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봉사의지는 꺾이고 심지어 "이들에게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휩싸일 때가 너무 많았다. 어느 봉사 단체나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공동체 내 동료들 간의 갈등으로 맥 빠지는 경우였다.
 
 이럴 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저녁에 드리는 기도를 통해 받은 하느님의 에너지이다. 따지고 항의하고 불평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다 들어주시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주시는 주님의 은총은 나로 하여금 다시 선교현장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또한 성경 봉사를 하면서 배웠던 바오로 사도의 선교 자세는 약한 나를 강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2코린 4,7). 복음의 이 귀중한 보물이 깨지기 쉽고 한없이 나약한 질그릇 같은 우리 마음에 들어 있으나,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12,10). 죽음을 넘나드는 수많은 고통과 고난과 실패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강해졌던 바오로 사도의 영적 메시지가 미약한 나에게 더욱 강한 선교 의지를 북돋아줬다. 이와 함께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참 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고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해 그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됩니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결심을 통해 마음을 정리해오곤 했다.
 
 "신앙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며, 업적이 아니고 노력이다. 그리고 무엇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10년 이상을 선교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이제야 겨우 어렴풋하게나마 복음 전파의 참된 의미와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의 정신을 깨달을 수 있으니 참으로 굼벵이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약 3개월 전 제대한 한 대원의 세례준비 공부를 시키기 위해 동대문 인근 학원은 물론 심지어 시간이 없다고 해서 지하철 역내 벤치에서 요점정리를 해주는 등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으나 막상 세례를 앞두고 포기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인간적 아쉬움이 밀려온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경찰관을 희망하는 그에게 관련 취업정보를 알려주는 등 계속 관심을 쏟았다. 이런 나 자신을 보면서 `신앙의 걸음마에서 한 발짝 겨우 앞으로 나가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해본다.(계속)

이계상 분도(서울 명일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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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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