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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행복을 선택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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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숙 아가타
수원교구 대천동본당

 새벽 공기를 가르며 유난히 반짝이는 별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도 나의 발걸음은 성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이 나의 선택이 아니라 세상에서 주어지는 대로 물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던 2007년 5월 어느 날, 출근을 준비하던 남편이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평소에 혈압이 있었지만 본인이 워낙 철저히 관리했기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급히 119를 부르려고 전화기를 누르고 있었지만 허둥대며 제대로 번호를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일도 남편한테 의지하고 있던 때라 갑자기 당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입니다. 남편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CT, MRI를 촬영한 결과 머리에 종양이 보이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구급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남편은 점점 더 통증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고 저 또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이 지구 끝까지 가는 듯이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러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구나!` 그때 죽음의 공포를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였지만 왜 이리도 절차가 복잡한지 의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들이 지나 만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저를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악성 뇌종양이라는 사실과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이었습니다.
 
 남편은 수술실로 들어 가고 저는 울 수도 기도할 수도 없이 멍하니 하늘만 봤습니다.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고 사실을 인정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래도 언니와 동생, 남편의 동료들이 옆에서 지켜주어 힘이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언니가 같이 기도하자며 묵주를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세례만 받았지 묵주기도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저였습니다.
 
 묵주를 손에 들고 그저 중얼거렸습니다. 남편을 살려달라고, 온실 속에서 자라온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고, 남편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울부짖었습니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온 아이는 당황하고 놀란 모습이었지만 엄마인 저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엄마를 보니 자기가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했습니다.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수술은 무사히 끝나고 남편은 의식을 찾았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저는 남편의 손을 잡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세례를 받아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였던 저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보다 `의사 선생님의 손에서 한 생명이 다시 태어났구나!` 하며 의사가 남편 병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생각했기에 의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워낙 악성이라서 재발이 빠르고 생존 확률도 10 미만이라는 세상의 통계는 저를 다시 절망으로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아이는 아빠 수술도 잘 끝났고 지금만 생각하라 하였지만 저는 벌써 온통 미래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내 인생에 행복은 끝, 불행의 시작이구나! 불행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동안은 남편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는데…. 남편은 어떻게 간호해야 하며, 하나밖에 없는 아이 입대 날짜는 다가오고, 아이 군대 보내는 일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순간 나를 지탱하고 있던 세포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할 수는 없는데 해야만 하는 이 모든 일과 세상이 무섭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에 대한 원망이 터져 나왔습니다. 평생을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라 하고…. 아픈 남편을 걱정하기보다 내 앞에 펼쳐질 인생에 남편만 원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의 아픔보다 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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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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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69장 17절
주님, 당신의 자애가 너그러우시니 저에게 응답하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를 돌아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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