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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 소설 부문] 인터뷰 / 수상자 이경자 소설가

“사랑의 마음으로 평화·희망 이야기하고 싶었죠”
일그러진 사회현실 조명에 천착
“작가의 삶, 겸손한 정신세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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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 선정 소식을 듣자마자 강원도 산골 언덕배기 성당을 숨차게 뛰어올라가던 여섯 살배기 어린아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신앙이라는 엄청난 세계와 천진난만한 영혼이 만났던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이경자(안나·66) 소설가는 “저에게 가톨릭문학상 수상은 단순한 상이 아니라 유아기를 벗어나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던 10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내 영혼이 바랐던 염원과 교감하는 상”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지난해 내놓은 소설 「세 번째 집」을 그의 삶과 작품세계가 노년, 성숙기로 넘어가는 또 다른 단계라고 표현한다. 실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가혹한 표현과 절절한 상황 묘사를 서슴지 않았던 이전 필체와는 달리, 부드러운 표현과 너그러운 시선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우리 사회가 포용력과 겸손함이 너무나 필요하다는 작가의 의식에서 이끌어낸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노년기에 접어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더욱 부드러운 이해력으로 인간사를 품어가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가치는 ‘평화’와 ‘자유’이다. 차별과 억압, 오만, 편견 등이 있는 곳에서는 결코 주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평화다. 고통스럽고 일그러진 사회현실과 그 뿌리를 철저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작가는 먼저 ‘이 사람이 왜 고통을 받아야 하지?’ ‘이 편견의 원인은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렇게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의 작의(作意)와 맞닿아 있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기를 내던지는 사랑’을 보았다고 한다. 스스로도 그 사랑의 마음을 담아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우리사회가 겪은 전쟁, 양성차별 등의 문제는 그의 작품소재가 되어왔다. 여성 차별 문제를 작품을 통해 지적하자, 일각에서는 그를 폄하하기 위한 페미니스트니 여성주의니 하는 수식어를 마구잡이로 붙여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여성 차별, 분단,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는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인간애를 바탕으로 관심을 두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작가는 작품 소재를 정하면 그것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것을 익히고 공감하려 한다. 세상 곳곳을 발로 누비고,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만나려 노력한다. 현실을 알지 못하고 떠올린 상상력을 바탕으로는 결코 펜을 들지 않는 작가의 태도가 묻어나는 모습이다. 이 작가가 철저한 사실주의자가 된 과정이기도 하다.

“문학을 한다는 것, 작가로 산다는 것은 삶과 세상에 대해 오체투지 하는 자세로 겸손한 정신세계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품 가득한 현실이 아니라, 그 안에 묻힌 현실의 본 모습과 그 뿌리까지 보고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이로움만 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때문에 작가는 누구보다 겸손하게, 이 세상과 밀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경자 소설가는

이경자 소설가는 1948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확인」으로 등단, 이후 단편과 중편소설을 모은 「할미소에서 생긴 일」 「절반의 실패」 「살아남기」 등을 비롯해 「배반의 城」 「혼자 눈뜨는 아침」 「빨래터」 「순이」 등의 장편소설, 「반쪽 어깨에 내리는 비」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마라」 등의 산문집을 선보여왔다.

한무숙 문학상과 제비꽃 서민문학상, 민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정희상과 후배 작가들이 주는 아름다운작가상도 받았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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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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