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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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지선(여) 현겸(남) 수진(여) 선임(여) 민영(남) 선생님(여) 지선엄마 동생(남) 예수님    첫째마당  중학교 교실 쉬는 시간이다. 아이들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선임 어제 그 드라마 봤어? 걔 남자 주인공 씩- 웃으니까 죽이지 않냐?  수진 아서라… 넌 어떻게 남자만 보면 침을 흘리냐….  선임 그게 본능이거든 이 아그들아.  민영 맞아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것 말고 뭐가 더 중요하냐?  지선 (심드렁하게) 그런가?
 현겸 그렇긴 뭐가 그래? 너희는 어떻게 맨날 그런 얘기만 하냐?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나이 아냐?  선임 (비꼬며) 역시 범생이 다우셔.  민영 근데 난 게임 외에는 좋은 게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 어제도 온라인 게임 하느라 밤새웠더니 졸려 죽겠네. (기지개를 켠다.)  수진 넌 어떻게 그렇게 폐인처럼 사냐?  민영 사돈 남말 하시네. 우르르 몰려다니며 가수 쫓아다니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어휴 한심해….  수진 한심하기는 뭐가 한심해? 우리도 공부할 것 다 하고 시간 아껴서 다니는 건데. 거기서 얼마나 새로운 힘이 생기는 줄 알아?  지선 그러니? 부럽다… 근데 난 왜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없지?  선임 그게 바로 너의 특징이지… 흐리멍텅한 거….  현겸 야아… 너 말이 심하다. 그리고 지선아 이제부터라도 찾으면 되지.  지선 (자포자기) 심하긴 선임이 말이 맞지 뭐. 이제부터라도 찾으면 된다? 뭘 어떻게 찾아야 되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난 아무래도 머리가 나쁜가 봐.  현겸 그게 머리랑 무슨 상관이야?  지선 너 같이 공부 잘 하는 애가 뭘 알겠니….  현겸 (섭섭하다.)….  수진 으… 난 어른이 되는 게 싫어!  민영 (약올리며) 하긴 니 모습 그대로 어른이 되면 문제가 많긴 할 거다.  수진 이게…. (주먹을 쥐어 보인다.)  선임 야 선생님 오신다…(혼잣말) 근데 쉬는 시간은 왜 이렇게 짧냐?   (아이들 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선생님 안녕 얘들아.  아이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안타깝게도 안녕하지 못하네. 분명히 어제까지 데미안을 읽고 독후감 써 오라고 했는데…지선이는 왜 안 냈니?
 지선 (창피하고.) 그게요… 깜박 잊고 집에 두고 왔어요.  선생님 깜박 잊을 게 따로 있지. 넌 요새 왜 그러니? 지난번 시험도 밀려 쓰더니 이번 독후감 숙제는 수행평가에 들어간다고 했잖아.   (지선이는 어쩔 줄 몰라한다.)  선임 지선이 쟤요 지난번 체육시간에도 체육복 안 가져와서 운동장 뛰었대요.  민영 야 넌 그런 걸 이르고 그러냐 친구끼리 치사하게….  선임 치 지금 모습 그대로 어쩌구 하면서 수진이 놀린 건 너야.  선생님 왜들 이래? 한두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 친구끼리 고자질이나 하고 자기 숙제 하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아이들 멀쑥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운다.)  지선 죄송해요 내일은 꼭 가져올게요.  선생님 좋아 이번만 봐 줄게. 얘기가 나왔으니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선임 (장난스레) 그러세요. 언제 선생님이 우리 허락받고 얘기했나요?
  (아이들 웃는다.)  선생님 (웃음)고맙구나. 너희들이 흔히 말하는 속물어른처럼 그냥저냥 그렇게 사는 거 그거 청춘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난 너희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
 민영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죠?  선생님 그렇다고 너희 같이 소중한 나이에 어디 공장에서 만든 로봇 마냥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드라마보고 그저 선생이 주는 알량한 지식이나 쳐다보고 있고. 나는 왜 살지 하는 의문 한번 품어 보지 않고 그냥 컴퓨터에나 푹 빠져 책도 한번 읽지 않는 건 심하지 않니?  현겸 저희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선생님 그래? 내가 비약이 좀 심했나? (사이) 그럼 사과할게. 아무튼 너희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수진 사실 우리들이 더 안타깝고 속상해요.   (아이들 공감하는 모습이다.)  선생님 (사이)… 옛날에 말야 17세기에 프랑스에서는 한 클럽이 있었는데 너희들 같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번져가기 시작했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니까 프랑스는 많이 썩어 있었거든. 그 냄새나고 무료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는 누군가가 만든 클럽인 거지.  지선 무슨 클럽인데요?  선생님 일종의 사교클럽인데 단지 그 클럽회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충분히 둘 수 있었던 곳이었대.  민영 모두 거기에 들어가려고 난리였겠네요?  선생님 물론이지. 근데 그 클럽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있었대.  선임 뭔데요?  선생님 그게 말야 귀족이거나 부자거나 얼굴이 예쁘다는 뭐 이런 조건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되면 그 클럽 앞으로 편지를 띄우는 거지. 그래서 날짜를 정해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데 그때 자신의 특별함을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야.  현겸 특별하다구요? 그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지선 (자신없는) 나는 어림없겠다. 도대체 남들보다 뛰어난 게 있어야지…  선생님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알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특별해 보이지. 우리 중 누가 그 클럽에 들어갈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그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지선아 내일은 숙제 꼭 가져 와.  지선 네.   (선생님 나간다.)  민영 그럼 우리 중에는 아무도 그 클럽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건가? 열라 자존심 상하네.  선임 자존심 상하면 너도 뭔가 특별하면 되잖아? 난 매점이나 갈란다.   (선임이 나간다)  민영 그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 나도 잠이나 자야겠다.   (민영이 책상에 엎드린다)  수진 아 불쌍한 청춘이여… 에라 나도 빵이나 먹어야겠다. (큰 소리로) 선임아 같이 가.(나간다.)   (지선이 창가에 가 선다. 그 옆에 현겸이 다가선다.)  현겸 뭘 생각해? 선생님한테 혼나서 속상해?  지선 아니… 아까 선생님 말씀하신 그 클럽말야 나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겠지? 난 특별하기는커녕 남들보다 한참 못 미치잖아. 맨날 까먹기나 하고….
 현겸 그렇지 않아. 분명히 넌 너만의 좋은 점이 있어. 그 좋은 점이 겉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조금 빠르고 늦고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지선 그럴까? 역시 공부 잘하는 애는 생각도 정리가 잘 되는구나. 아 나는 이런 내가 정말 싫다. (우울하다.)    둘째 마당  지선 방 저녁시간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동생이 왔다갔다하며 안절부절못해 한다.
   동생 누나 나 한번만 한번만 하면 안 돼?
 지선 안돼. 그리고 참고로 말해 주겠는데 나 오늘 기분 안 좋거든.  동생 무슨 숙제한다며 버디버디를 켜 놓고 있냐?  지선 그거야 내 맘이지….  동생 누나아. 친구들이랑 같이 편먹고 게임하기도 했단 말야.  지선 글쎄 오늘은 안돼.  동생 아이씨. 왜 누나만 해? 그게 누나 컴퓨터야? 엄마 아빠가 같이 하라고 사준 건데… 자꾸 그러면 컴퓨터 꺼버린다?  지선 (일어나 동생을 밀며) 꺼 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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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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