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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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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못내 유감스럽다. 가작이라도 내어보려고 애를 썼으나 결국 가작조차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작품 전체의 질적 수준이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아마 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가장 근본 원인이 아닐까 한다. 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했다. 시를 행갈이를 해서 짧게 쓰는 글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가 높은 은유의 소산이라는 것을 아는 투고자가 거의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은유의 높이와 무게를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내용은 없고 그럴 듯한 형식만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망은 컸다.

그리고 평화신문을 의식해서 그런지 가톨릭 신앙을 과잉되게 드러내는 시들이 많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가톨릭 신앙을 드러내든 그렇지 않든 심사위원은 시의 완성도가 높으냐 그렇지 않느냐에 관심의 잣대를 둘 뿐이다.

최종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전해린의 ‘연리목’ ‘어느 구두수선공 이야기’ 이주렴의 ‘강’ 박상옥의 ‘겨울이라네’ 등 4편이었다.
전해린은 투고한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고르게 유지하고 있으나 발상 자체가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산문적이었다. 물고기가 파도를 차고 오르듯 시가 이루어지는 곳이 없었다.

이주렴의 ‘강’은 몇 번을 읽어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시는 없고 시적 분위기만 있는 시라고 하면 너무 혹평을 하는 것일까. 외형적으로는 얼핏 좋은 시처럼 느껴졌으나 아무리 읽어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한 시는 한 순간 독자를 현혹시킬 수는 있어도 그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박상옥은 삶의 사소한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시를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은 돋보였으나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내년에는 당선작이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기대해본다. 시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가슴 속에 있다. 시를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먼 곳’에서 찾지 말고 내 삶의 구체성 속에서 찾자. 그리고 시는 진실하고 진솔할 때 감동의 꽃이 핀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이해하자.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할 때 추상과 관념의 언어로 기도하지 않지 않는가. 바로 진실의 언어로 기도하지 않는가.

심사위원 신달자(엘리사벳 명지전문대 교수)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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