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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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창작동극부문 당선작 크리스마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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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평화신문 신춘문예 창작동극부문은 서울대교구 교육국과 공동 공모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 교육국이 발행하는 월간 「가톨릭 디다케」2월호와 같은 시기에 당선작을 싣기 위해 본지 2월3일자에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편집자

대상 : 초등부 고학년
때 : 크리스마스 이브
곳 : 빠로의 사무실. 회상의 공간. 거리

나오는 사람들
빠로 : 30대 중년의 남자
젊은 빠로 : 20대 중반의 남자
어린 빠로
올리비아 : 빠로의 딸
어른이 된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아이 1 2
크리스마스 귀신
빠로의 아빠
빠로의 아내
사장

무대.
왼편으로는 남자의 사무실. 사무실에는 책상과 의자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전화기가 놓여 있다. 오른편은 회상의 공간이다. 회상의 공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보인다. 추억의 공간과 빠로의 집 같이 사용한다. 회상의 공간에는 별다른 소품 없다.
막이 오르면 빠로와 올리비아 서 있다.

올리비아 : (빠로의 옷자락을 붙잡고 조르듯) 아빠 아이 아빠. 응?
빠로: (약간 화가 난 듯) 그만 그만! 때 쓰는 아이는 나쁜 아이야. 아빠 말 잘 들어. (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예수니 산타니 이런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냥 인간들이 심심해서 만들어 놓은 장난감일 뿐이야. 그래 (딸의 곰인형을 뺏어 들고) 이 곰인형 같은 장난감 말이야. (딸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달래 주듯) 좋아 한 가지 약속하지. 퇴근하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마. 하지만 다른 건 기대하지마.

빠로 딸에게 곰인형을 돌려 준다.

올리비아 : (울먹이며) 크리스마스 트리 만드는 것도?
빠로 : (힘주어) 안 돼.
올리비아 : 그럼 머리맡에 빨간 양말 걸어 놓는 건?
빠로 : 더 더욱 안 돼.
올리비아 :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하는 것…….
빠로 : (딸의 말을 가로채며) 안 돼. 안 돼. 안! 돼!

빠로 사무실을 향해 걸어간다.

빠로 : (혼잣말로) 크리스마스? 흥! 아이들에게 허황된 환상만 심어 주기 딱! 좋은 날이군!
올리비아 :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아빠 저녁에 전화할 거지? 전화 기다릴게.

빠로 듣는 둥 마는 둥 사무실로 향한다.

―암전―
잠시 후 무대에 불이 켜지면 사무실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빠로 보인다.
빠로의 타이핑 소리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빠로 : (자판을 두들기며 혼자 중얼거리듯) 쳇! 크리스마스는 무슨 크리스마스! 일하기 싫은 게으른 인간들이 놀고 싶어 만들어낸 날이지. 흥! 사랑? 믿음? 그 딴 건 돈만큼 중요하지 않아!

이 때 사장 들어온다.

사장 : 이봐 서둘러 오늘 밤까지 이 원고 끝마쳐야 한다고.
빠로 : (혼잣말로) 저 눔의 잔소리 또 시작이군.
사장 : 어디 원고 좀 보자고.

빠로 원고를 건넨다.

사장 : 음 이만하면 기사를 내보내도 되겠어. (나가려다 뒤돌아보고) 아 참 메리크리스마스! 빠로 : (자판을 세게 두들기며) 정말 지긋지긋해. 오나 가나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예수를 믿는 사람이건 안 믿는 사람이건. 사기꾼이건 도둑놈이건. 애나 어른이나 모두 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머리를 쥐어짜며) 정말 일 년 중 가장 짜증스러운 날이야. 도대체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거든. 이 눔의 메리크리스마스 귀신! 굿이라도 한 판 벌려야 할까 보다.
이 때 갑자기 귀신 소리 들리고 무대 어두워진다. 무대 위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귀신.

빠로 : (타이핑 멈추고 일어서서) 뭐야 정전인가? 도대체 관리인은 뭘 하는 거야. 보나마나 크리스마스라고 잔뜩 부풀어 있겠지. (소리 지르며) 이봐 불 좀 켜라구.

빠로 크리스마스 귀신을 보고 깜짝 놀란다.

빠로 : (경계하듯) 누……누구요? 크리스마스 귀신 : 나 크리스마스 귀신이오.
빠로 : (말도 안 된다는 듯) 쳇 크리스마스 귀신이라고? 이건 또 뭐야. 크리스마스 축제인가? 어서 돌아가슈. 난 크리스마스 같은 거 잊어버린 지 오래니까.

빠로 자리로 돌아가 계속 자판을 두드린다.

크리스마스 귀신 : (손에 든 장부를 꺼내 뒤적이며) 아 여기 있군. 어디 보자. (들여다보고) 쯧쯧 세상에 태어나 단 두 달밖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단 말이오? 정말 딱하군. (장부를 다시 뒤적이며) 근데 말이야. 여기 당신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있어. 올리비아……. 당신 딸 말이야.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낸 적이 없어.
빠로 : (경계하듯) 다…… 당신 …… 뭐…… 뭐요. 언제 내 뒷조사를 했어? 누구야 사장이 시킨 거야? 그 그건 뭐야?
크리스마스 귀신 : (장부를 들어올리며) 이거? 이건 말이야.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역사가 적힌……. 일종의 장부라고나 할까. 그리고 난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당신 같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괴롭히는 일을 하고 있지.

크리스마스 귀신 책상에 걸터앉으며 원고를 하나 집어 든다.

크리스마스 귀신 : (원고 읽으며) 환경 보고서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환경. 거 제목 한 번 근사하군. 근데 자네 그거 아는가? (빠로의 얼굴 가까이에서) 자네 딸도 자네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 가고 있다네.
빠로 : (벌컥 화를 내며) 설교를 하려거든 교회나 가서 하시오. 내 딸 교육은 내가 자∼알 시키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귀신 : 자네 딸이 이 축복 받은 날 캄캄한 방 안에서 쓸쓸히 잠이 들고 있는 데도 당신은 모른 척할 거요?
빠로 : (떨리는 목소리) 당신……저……정말 귀……귀신이라도 되오?
크리스마스 귀신 : 이 사람 내가 한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소?

크리스마스 귀신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 준다. 빠로 신분증을 들여다본다.

빠로 : (의자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치며) 당신 어디서 왔어. 여긴 왜 온 거야?
크리스마스 귀신 : (억울한 듯 책상에서 일어나) 이런 세상에. 날 불러 놓고. 이제 와서 여길 왜 왔느냐고? 허허 예끼. 이 몹쓸 사람! (수화기를 들고) 어서 전화하시오.
빠로 : (수화기를 잽싸게 뺏으며 번호를 누르며) 그래 경찰에 전화해야겠어.
크리스마스 귀신 : (도로 뺏어 들며) 자네 딸 말일세. 딸한테 전화를 하게나.
빠로 : 내 딸? 왜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크리스마스 귀신 : 당신이 전화를 한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빠로 : 내가? 내가 그랬단 말이오. 설사 그랬다 해도. 지금은 바쁘오. 딸한테 전화를 걸 시간조차 없어요. 난.
크리스마스 귀신 : 당신 딸이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도?
빠로 : 그 아인 어리광이 많소. 아내가 죽은 후론 떼 쓰는 일이 더 늘었지. 그 아이도 이젠 외로움이 뭔지 슬픔이 뭔지 깨달을 나이라오. 그러니 상관 마시오.
크리스마스 귀신 : (콧방귀를 끼며) 정말 훌∼륭한 아버지로군. 하지만 후회하지 마시오. 앞으로 일어날 많은 일에 대해서……. (강조하듯) 메. 리. 크리∼스마스! 음하하하하하. 음하하하하하하.

크리스마스 귀신 사라지고 무대 위 다시 밝아진다.
빠로 : (멍하니) 내가 꿈을 꾼 건가? (주위를 살펴보며) 거 참 이상하군. 마치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야. (고개를 흔들며) 음∼ 머리가 무겁군.

빠로 신경안정제를 꺼내 먹고 자판을 두드린다. 전화벨 소리 요란히 울린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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