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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신춘문예 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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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까지 올라온 작품은 서관덕씨의 ‘나는 작은 사람’ 박지현씨의 ‘은총’ 신정민씨의 ‘등대 이발관’ 정가일씨의 ‘하늘문’ 네 편이었다.
‘나는 작은 사람’은 신앙적 고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가벼워 시의 맛과 기품에 가 닿는 힘이 부족했다. ‘은총’은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어여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으며 생명의 소리를 듣는 예민한 청각성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차돌처럼 단단한 소망 하나/믿음직한 자식이 잉태되어 나온다’는 구절 등에서는 아직 덜 익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찾을 수 있어 아쉬움이 컸다. ‘등대 이발관’은 발상의 참신함이 우선 돋보였다. ‘어린애의 필체로 씌어진 등대이발관/그 푸른 간판을 보는 순간/평야는 내게 그만 바다가 되어 출렁였다’는 표현 등에서는 시적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오면서 모호해지고 말았다. ‘어둠이 밀물처럼 다가와 등대이발관을 삼키고 있었다’는 상황만 제시돼 있어 그 상황이 우리 삶의 무엇과 은유돼 있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웠다.

당선작으로 고른 ‘하늘문’은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동굴’로 표현된 삶의 현실과 고통을 극복하고 ‘하늘문’에 도달하고자 하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긍정적이어서 호감이 갔다. 특히 ‘어깨 위에 하얀 눈을 맞으면서/청무우 꺼내오던 아버지처럼/저 앞으로 먼저 간 그리스도’라는 구절은 이 시인의 개성과 역량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평화신문이라고 해서 꼭 신앙적 소재나 주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시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으냐 하는 데 달려 있을 뿐 어떤 소재와 주제를 선택했느냐에 달려 있지는 않다. 평화신문을 통해서 시를 공부하고 사랑하시는 분들의 분발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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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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