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을 가고 있었다
축축한 벽을 더듬으며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소리의 근원을 쫓아서
허공을 잘박이는 발소리와
나직한 노래 소리가 들린다
그 노래 기도가 되었다가
울음이 되었다가 손과 손을 통해서
서로의 상처가 되기도 하였다가 끝내는
그 상처로 몸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그 때였을까
빛이 다 땅으로 내려오던 때가
저녁이면 바다의 입 속으로 붉디붉은 해가
서둘러 들어가듯이
땅 밑에 허술하게 파놓은 동굴 속으로 수수수
별빛 같은 눈들이 쏟아진다
어깨 위에 하얀 눈을 맞으면서
청무우 꺼내 오던 아버지처럼
저 앞으로 먼저 간 그리스도
가지런히 우리들 세워 놓고 쑥쑥
뽑아 올리려고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환하게 하늘문이 열리고 있다
흙으로 만든 둥그런 묘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