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신인 작품 모집에 응모한 소설의 편수가 많았다. 다 아는 대로 「평화신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하고 있다.
근래 한국 문단에서는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갔다고들 하고 그 반향으로 감각의 말초화와 허무주의가 두드러지는 경향도 있다. 가치관의 중심을 잃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문학은 보편적인 가치와 의미를 인간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 발견을 가능케 하는 터전이 종교이다.
「평화신문」 신인 등용문이 특정 종교로서의 호교 의식에 문학이 구애 받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보편적 가치를 위해 한 자리에서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의 응모 소설들 중에서 이대훈씨의 ‘마당 너구리’가 심사위원들의 흔연한 견해 일치에 의해 당선되었다. 주인공이 절망적인 병을 앓고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의연하고 편안하다. 죽음은 삶의 이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 걸어가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관련되는 인물들 또 누렁이 검둥이 등 동물의 역할도 소설 주제 안에서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구원이 있는 삶을 그린 작품으로서 문체도 정연하고 작품성이 높다.
하우연씨의 ‘투명’ 박지인씨의 ‘가등’ 김미경씨의 ‘선강’도 문체의 수준이 높았다. 다만 주제 의식의 처리 면에서 당선작에 뒤지고 있다. 정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