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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사막을 건너온 내게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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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사막을 건넜다.

육개월간의 지리한 대장정.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길은 회귀의 강렬한 욕구를 꺾어 내기에 충분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송두리째 저당잡힌 채 맨몸으로 무작정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날 절망케 하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음 혹은 살아감의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없었다면 그만 나침반을 놓고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육개월간의 삶에 움라우트를 찍으려 한다. 격리실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소설을 꿈꾸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니 잊었던 소설과의 풋사랑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소설에게 내 사랑을 고백한지 벌써 사년. 그러나 나는 밥이 되는 직업 이라는 현실 앞에서 소설에게서 슬그머니 떠나버렸다. 원고를 보내 놓고서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4년간 외도를 해 온 내게 소설이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게 이런 따스한 햇살이 찾아 들다니.

사막을 건너온 내게 주신 축복이라 여기고 싶다. 오늘 다시 원고를 읽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좀더 여유를 두고 다듬었으면 하는 마음이 뒤늦게야 찾아 든다. 하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소설은 이미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설익은 글의 가능성을 읽어준 심사위원 선생님들 난치병과 싸우는 나를 위해 끝없이 기도를 해주신 많은 분들 막내의 건강 때문에 속앓이를 해오신 부모님과 가족들 기독대학인회(ESF) 지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날 빚으시고 건지신 주님께 감사의 마음과 함께 다짐합니다. 성실히 문학을 살겠다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소설과 연애하겠다고.

약력 ▲75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96년 ‘전대신문’ 학술논문문학상 문학평론 당선 ▲97년 계간 ‘창조문학’ 여름호 소설부문 신인상 당선 ▲현 (사)기독대학인회(ESF) 본부 간사 월간 ‘새벽이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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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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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42장 6절
주님이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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