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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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당선작] 유아동화-누가 사과를 먹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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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염소선생님 생일입니다.

 그래서 나 고슴도치와 동물유치원 친구들은 염소선생님 생일선물로 사과 하나를 샀습니다.

 우리들은 그 사과를 염소선생님께 드리려고 책상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화장실에 갔다 온 난 사과가 잘 있나 꺼내 보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사과를 한입 베어 먹어서 한쪽이 깊숙이 파여 있었습니다.
 나는 화가 나 소리쳤습니다.
 
  누가 사과를 먹은 거야!
 
 그러자 놀란 동물친구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난 먹보대장인 코끼리를 의심하며 말했습니다.
 
  네가 사과 먹었지?
  날 어떻게 보고하는 소리야! 난 입이 커서 사과같이 작은 과일은 못 베어 먹는다고!
 
 코끼리는 코를 높이 쳐들며 자신의 큰 입을 나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동안 긴 코에 가려서 코끼리 입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지금 보니 긴 상아 사이로 가지런히 난 이빨과 큰 입은 수박도 한입에 부셔먹을 만큼 컸습니다.
 
  먹보 코끼리가 범인이 아니면 누가 범인일까? 난 다시 고민했습니다.
 이때 코끼리가 오리에게 말했습니다.
 
  혹시 오리 네가 먹은 거 아니야? 넌 과일을 좋아하잖아.
 
 오리는 코끼리의 의심을 받자 화를 내며 빽~ 소리쳤습니다.
 
  숙녀는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 안 대! 그리고 난 너희들처럼 우악스럽게 음식을 씹어 먹지도 않는다고. 난 말이지 태어날 때부터 이빨이 없어서 부리로 음식을 뜯어 먹든가 그냥 삼킨단 말이야!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오리의 노란 부리를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이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리는 내가 들고 있는 사과를 유심히 보며 말했습니다.
  사과를 먹은 자국을 보니까 범인은 입이 조그마하고 길게 튀어 나온 친구인 거 같다.
 
 나와 동물친구들은 운동장에서 땅을 파며 놀고 있는 개미핥기한테 갔습니다.
 개미핥기는 우리들에게 의심을 받자 땅 파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긴 혀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난 이 긴 혀로 개미만 잡아먹어. 다른 음식은 맛도 없어서 쳐다도 안 본다고!
 
평소에 잘 안 씻는 개미핥기는 말할 때마다 입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동물친구들은 코를 막고 있었습니다.

 개미핥기의 입을 자세히 보니 길쭉하게 튀어온 입에는 이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개미핥기 말로는 원래부터 이빨은 없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를 잘 안 닦아서 다 썩어서 빠진 것 같았습니다.
 개미핥기는 딱딱한 음식을 못 먹으니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작은 입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동물이 또 누가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동물친구들이 모두 내 입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오리가 말했습니다.
 
  고슴도치 네가 사과를 먹은 거지?
 
 맙소사! 동물친구들이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끼리는 사과를 내 입에 가까이 대보며 말했습니다.
 
  사과를 먹은 자국하고 네 입 크기랑 비슷한데!
 
 개미핥기도 내 입을 보면 말했습니다.
 
  고슴도치 넌 이빨도 있고 아무거나 잘 먹잖아!
  내가 왜 사과를 먹어. 난 아니야!
 
 친구들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세웠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자기가 먹어놓고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려 하다니.
 
 오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개미핥기가 말했습니다.
 
  남자답게 잘못했다고 말하고 새 사과를 가지고 와!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자 난 답답하고 억울해서 소리쳤습니다.
 
  너희들끼리 짜고서 날 골탕 먹이려고 하는 거지! 나쁜 녀석들아!
 
화가 난 나는 친구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내 손에 들려있던 사과가 땅바닥으로 떨어지자 사과 속에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쿠! 아이쿠! 누가 남의 집을 함부로 내팽개치는 거야!
 
 하며 깊숙이 파인 사과구멍 속에서 꿈틀꿈틀 애벌레가 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화를 냈습니다.
 
  잠 좀 자게 조용히 좀 해라!
 
 우리는 모두 놀란 얼굴로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애벌레는 집게같은 이빨로 사과를 사각사각 파먹으며 다시 사과 안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세상에나 사과를 먹은 것은 바로 애벌레였습니다.
 친구들을 의심하고 소리쳤던 내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동물친구들이 날 의심해서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했습니다.
 난 내가 더 미안하다고 동물친구들에게 더 많이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 의심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동물친구들과 약속했습니다.
 우리들은 염소선생님 생일선물을 다시 사서 갖다드렸습니다.
 염소선생님은 너무 고마워하면서 우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많이 사주셨습니다.
 
 난 오늘 친구들을 함부로 의심하면 친구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친구들을 믿고 사이좋게 지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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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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