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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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당선작] 창작동극-지하철을 타고 오는 아기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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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녀 광인 거리의 찬양가수 노숙자 노숙여자 장님 앵벌이 역 관리인 역 청소부 미화원 외 약간 명

▲시간: 눈이 내리는 성탄절 전야

▲무대: 지하철역



 암전 상태에서 막이 오른다.
 효과음 -지하철 달리는 소리
 조명이 밝아온다.
 
 광인: (누워 있다 눈을 뜨면서) 오늘 그가 오기로 했지.
 (주위를 살핀다)
 
 소녀 무대로 나온다.
 
 소녀: 아저씨 차비하게 천원만 빌려 주세요.
 광인: 천원을 빌려달라고 ?
 옛다 천원. 그런데 꼭 갚아주어야 한다. 내 총 재산이니까.
 소녀: 아저씨 그냥 주시는 거 아니에요 ?
 광인: (주위를 살피며) 소녀야 오늘 그가 온단다. 그가 오는데 돈 천원이 대수겠냐?
 소녀: 아저씨 그가 누구에요?
 광인: 곧 이 지하 세상이 뒤집힐 거다. 하하하….
 소녀: 아 알았다. 높은 사람이 오는 거죠?
 광인: 높은 사람 ? 그래 아주 높은 사람이 온단다.
 소녀: 난 높은 사람은 싫어요.
 광인: 왜?
 소녀: (고개를 저으며) 몰라요. 그냥 싫어요.
 광인: 그래? 너가 싫어해도 그는 오늘 온단다.
 소녀: 아저씨는 높은 사람이 좋으세요 ?
 광인: 그럼 아주 좋지.
 소녀: 피이 높은 사람이 뭐가 좋아요.
 광인: 소녀야 그를 만나면 너도 좋아하게 될 거다.
 소녀: 아저씨 저… 배가 아파요. 화장실도 급해요.
 
 소녀 무대에서 사라진다.
 찬양가수 통기타를 치며 찬양하며 나온다.
 
 그리스도의 향기 꽃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사랑이며 빛이신 주
 세상은 아름다워라
 오 나의 자비로운 주여
 우리와 함께 주여
 주를 찬양하며
 하나되게 하소서
 
 광인: 혹시 오다가 그를 보지 않았소?
 찬양가수: 그가 누구에요 ?
 광인: 그걸 나보고 물어보시오? 당신이 잘 아는 사람이오.
 찬양가수: 내가 잘 아는 사람요?
 광인: 히히히…. 오늘 그가 오는 날이요.
 찬양가수: (혼잣말/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
 
 앵벌이 무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걸어온다.

 앵벌이: 아저씨 밖에 눈이 와요.
 광인: 눈이 온다구 ? (벽시계를 본다)
 앵벌이: 아저씨 아침부터 기다린 그는 왔나요?
 광인: 눈이 왔으니 이제 안 기다려도 된다.
 찬양가수: 아 이제 알았다. 아저씨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거죠?
 광인: 이제 눈이 왔으니 초와 촛대가 필요하군.
 앵벌이: 아저씨 크리스마스에는 트리가 있어야 멋진데 말이에요.
 찬양가수: 소년아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주님은 찬양을 더 좋아하신단다.
 찬양가수 통기타를 치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른다.
 앵벌이 캐럴을 따라 부른다.
 
 우리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래요.
 그리고 새해도 행복하길 바래요.
 우리는 운좋은 과자를 원해요.
 여기로 갖다 주세요.
 그리고 행복한 새해를 바래요.
 
 조명 밝아오고 지하철 열차 소리 들려온다.
 
 장님: 오늘 누가 온다구?
 소녀: 아주 높은 분이 온데요?
 장님: 또 모두들 추운 날 지하도에서 우릴 쫓아내겠군.
 소녀: 아저씨 그럼 높은 분이 오면 큰일이네요?
 장님: 허허 넌 꼭 그렇게 높은 분 높은 분 존댓말을 하냐?
 소녀: 그럼 어떻게 불러요 ?
 노숙자: 그깟 놈들 오면 왔지. 뭐가 대수냐? 지하도가 우리 거지 높은 놈들 건가 원 참 !
 소녀: 아저씨 우리를 이 추운날 지하도에서 쫓아낸다면 힘을 합해 데모를 합시다. 우리도 노숙자협회 하나 만들어서 우리의 생존권 보호받읍시다.
 더 이상 인간쓰레기 취급 당하지 맙시다.
 장님: 누군 쓰레기 취급 받고 싶은 사람이 있소. 쓰레기 취급을 하니 문제지….
 노숙자: 호랑이도 제 말 하니 오네요. 자리를 좀 피합시다. 귀찮으니.
 
 장님 노숙자 소녀 오른 쪽 무대로 나가고 반대편 무대에서 관리인과 청소부 나온다.
 관리인: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구. 여기가 안방이요? (노숙자의 다리를 툭툭치며)
 
 노숙자 미동하지 않는다.
 
 관리인: 술이 떡이 된 거 같은데요. 이거 참 큰일났구만. 곧 오실 텐데….
 청소부: 어떻게 할까요 ?
 관리인: (두리번거리다가) 저기 쓰레기통에 안 보이게 넣어둡시다.
 청소부: 그래도 괜찮을까요?
 관리인: 쓰레기 보다 못한 인간…. 쓰레기통이 아까워.
 청소부: 안 그래도 쓰레기가 많은데 인간쓰레기까지 치워야 하니. 참….
 관리인: 그러게 말이오.
 
 두 사람 술 취한 노숙자 끙끙거리며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다시 불이 밝아온다.
 
 장님: 지금 몇 시쯤 되었소?
 노숙여자: 아저씨는 밤도 낮도 없으시면서 자꾸 시간은 왜 물어요.
 장님: 그래도 시간 가는 거는 알아야 할 거 아니요?
 노숙여자: 참 아저씨. 모두들 누가 온다고 하던데 누가 오죠 ?
 장님: 그깟 놈들 오라면 오라지….
 노숙여자: 대체 누가 온다는 거에요. 아저씨 나는 아무도 기다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네요.
 장님: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어둠뿐인데 누가 오든 내게 상관이 있겠소?
 노숙여자: 아저씨 전 말이에요. 신불자(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 카드가 원망스러워요. 아저씨 천국에는 카드 같은 거는 없겠죠 ?
 다 신용카드 때문이에요. 더 이상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것보다 여기서 사는 게 속이 편해요.
 
 찬양가수 두리번거리며 무대로 나온다.
 
 찬양가수: 아저씨 소녀 못 보셨나요?
 장님: 그걸 장님에게 와서 묻소?
 찬양가수: 아저씨 지금 농담 할 기분 아니에요. 그런데 아저씨 무슨 냄새가 이렇게 나요?
 장님: 쓰레기통에서 시체가 나왔다나 봐요.
 찬양가수: 정말요?
 장님: 쯧쯧 세상이 말세요. 말세….
 노숙여자: 여기서는 언제 죽어서 나갈지 모르겠어요. 무서워요. 사람들은 죽으면 어딜 갈까요 ?
 찬양가수: 사람이 죽으면 그야 천당으로 가죠. 그러나 구원받지 않으면 지옥으로 갑니다.
 장님ㆍ노숙여자: 구원을 어떻게 받죠?
 찬양가수: 천주님을 믿으세요.
 장님ㆍ노숙여자: 그럼 구원 받나요 ?
 찬양가수: 그럼요.
 장님ㆍ노숙여자: 그럼 우리를 천당으로 인도해 주세요.
 
 찬양가수 노숙여자와 장님을 지팡이로 서로 잡게 하고 기타를 목에 걸고 찬양을 부르며 무대에서 사라진다.
 
 관리인ㆍ청소부ㆍ경찰 함께 무대에서 급히 걸어 나온다.
 
 경찰: 이 쓰레기통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 사실이요?
 관리인: 네. 너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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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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