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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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국제강연회] - 상

신화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인간 인격 존중 사이의 인간 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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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가 제정한 제1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국제강연회가 16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의대 가톨릭의과학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인문과학분야 및 생명과학분야 수상자들은 인간 게놈 및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난치병 치료 연구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활동상 수상자인 하버드대 법대 메리 앤 글렌던 교수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생명운동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에 대해 강연했다.

 인문과학분야 수상자인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엘리오 스그레치아 주교를 비롯해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이동익 신부, 활동상 수상자인 하버드대 법대 메리 앤 글렌던 교수의 강연을 요약해 3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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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 스그레치아 주교(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인간 게놈에 관한 신화와 이데올로기 **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1997년 11월 29차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인간 게놈(Genome)과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인간 유전자 연구가 지녀야할 윤리를 제정했다. 이 선언은 유전자 연구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이것은 장차 생명공학이 윤리적 한계를 벗어날지도 모르는 것에 대비해 인류를 보호하고, 유전자 악용으로부터 인간 존엄과 인권 및 윤리를 지키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선언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인간 게놈은 인간 고유의 존엄성과 다양성의 인식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근본적 단일성에 기초가 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것은 인류의 유산이다."
(*게놈이란 한 개체가 지닌 유전자 단위를 말하며 이는 생명 현상의 유지 및 모든 형질의 발현에 필요한 하나의 단위이다. 인간 게놈은 22쌍의 상염색체(像染色體)와 1쌍의 성염색체, 즉 23쌍의 서로 다른 염색체로 이뤄진다.)

 이 주장은 인간 게놈, 즉 유전자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의 기초라고 명시함으로써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표현에서 `인류의 유산`이라는 의미심장한 용어는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는데 그리 합당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선언의 문제점은 게놈에 대한 권리를 (누가 행사할 수 있는지) 법적 소유권을 정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함을 지닌 게놈을 갖고 있다고 해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그 당사자가 미성숙한 인간 배아인지 성장한 인격체인지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 존엄성과 게놈에 대한 합리적 입장은 이와는 정반대다.

 즉 게놈 자체가 존엄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신의 합일체로서 인간이 바로 게놈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혹 한 개인이 다운증후군과 같은 결함을 지닌 게놈을 지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엄성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게놈의 결함으로 인한 장애가 그 당사자인 인간 존엄성의 뿌리까지 훼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슬로터다이크는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성의 유전학적 사육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근대적 인본주의를 거부하고 나아가 인간 세계를 정확한 규칙에 따라 조직화된 일종의 동물원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생명공학적 사육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유하이로 실용윤리센터` 소장 줄리언 살버레스쿠(Julian Salvulescu)와 같은 학자들은 우생주의와 변형 유전학을 옹호한다. 독일 나치의 우생학적 사상은 사회 전체의 복지를 지향하고 과학적 근거가 약했던 반면, 새로운 우생학적 조류는 개인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신뢰할만한 유전학적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주장은 `질적으로 우수한 생명을 누릴 더 큰 가능성`을 자식들에게 줄 수 있다면 부모가 우생주의를 기꺼이 수용, (유전자를 조작해서 어떤 자식에게 어떤 유전적 형질을 물려줄지)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착상 전 배아는 아직 인간 생명이 아니고 신생아 역시 인격적 가치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부모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부모의 의지는 막 태어나려는 아기에게 죽음을 안겨주겠다는 선택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이같은 우생학적 조류가 유전자 결함이나 염색체 이상을 가진 태아 또는 배아를 선별한 후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해`(장애를 가진 자식이 태어나지 않도록)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우생학적 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이미 태어날 자녀의 남녀 성별을 미리 선별하는 소극적 우생학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사회적 조건이 여러모로 불리한 여자 보다는 남자를 골라 낳기 위해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고 있을 정도다.

 교회는 지금 유전학으로 인해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J. Habermas)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유전적 조건을 가진 생산물(자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조작한 생산물에 대해 일종의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는 결코 인간에게 행사되어서는 안된다. (*자식은 자신의 게놈을 조작한 부모의 의도에 따라 살아서도 안 되고,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유전적 조작의 결과에 책임을 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한 인간이 다른 인격체의 유전자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다.

**인격주의적 관점**

 무엇보다 인간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게놈과 육체의 관계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게놈은 육체를 이루는 살아있는 여러 유기체의 조직들과 공동으로 작용해 한 개인의 신체적ㆍ정신적 특징들을 결정한다. 그러나 게놈도, 다른 개별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영혼이 없다면 스스로 잠재력과 생명력을 지닐 수는 없다.

 게놈의 존엄성은 `영적 영혼`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우리의 모든 영적 영혼은 창조주 하느님이 불어넣어 주신 것이며, 영적 영혼을 지닌 인간만이 육체적 존엄성을 갖는다.

 인간학적 진리에서 볼 때 게놈이 한 인간에게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 영혼을 지닌 인격체가 게놈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결함이 있는 게놈을 가진 인간 인격체가 비록 육체적 능력의 한계를 느낄지 모르나 그렇다고 존엄성마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러 국제 문헌들은 적어도 게놈의 결함과 무관하게 이러한 평등한 존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인간 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 제2조는 `모든 인간은 유전적 특성에 관계없이 존엄과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 그러한 인간 존엄은 각 개인들을 그들의 유전적 특성으로 환원시키지 않으며 개인의 특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가톨릭평화신문  2007-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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