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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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국제 강연호-하

21세기 여명의 생명존중 운동-메리 앤 글렌던 교수(미국 하버드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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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번 한국 방문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부부는 34년 전 성령의 은총으로 예쁜 한국인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 그때 우리는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고 느꼈다. 지금은 세 자녀의 어머니가 된 양녀 사라(한국이름 미진)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가 상상으로 밖에 느낄 수 없는 아주 절망적 상황에 처했던 한 여인이 `생명`을 선택했다. 그 때 생명을 포기(낙태)하지 않고 미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그 여인에게 감사드린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생명존중운동을 통해 배운 나의 경험들이 한국의 생명존중운동에 유용한 교훈이 되길 바란다.

▶죽음의 문화 과소평가 말라

 첫째 교훈은 죽음의 문화가 갖고 있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반생명주의적 현상들이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은 1970년대에 이미 낙태를 제한하는 모든 규정들을 폐지했다. 당시 인간 배아를 다루는 실험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작성했던 내 동료 법관을 보고 나는 (당시로서는 아무도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일을 예측한) 그 동료가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당시에는 낙태가 일반화되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신생아와 병약한 노인들을 버려도 되는 존재로 취급하는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하던 생명운동가들도 괜한 걱정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로 여겨졌다. 또 30년 전에는 아무도 안락사 허용 논란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안락사와 낙태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또 생명의학이 도덕적ㆍ윤리적 문제를 따질 겨를도 없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 배아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강자의 목적을 위해 약자의 생명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생명의학자들은 난치병 치료법을 찾기 위한 숭고한 목적보다는 오히려 특허를 획득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책수립부터

 두번째 교훈은 우리가 낙태, 안락사, 인간 배아 실험, 사형제도 등 생명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 일조할 수도, 반대로 이 세상을 더욱 위험한 죽음의 문화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 문제와 관련해 내리는 어떤 결정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환경을 변화시킬만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세번째 교훈은 생명존중운동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되는) 문화의 변화라는 것이다.

 법률가인 나는 생명존중운동 초창기에는 문화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 소송, 법률제정, 선거 등의 활동을 집중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의식을 우리 편으로 이끌지 않고서는 생명존중운동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이 닫히고 감정이 메마르게 된다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 수녀는 미국 지도자들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생명존중운동은 그러한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뒷받침 필요

 네번째 교훈은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생명존중운동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과학적 증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훈은 낙태 논쟁을 경험하며 얻은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낙태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내 의견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침묵하며 방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운동을 전파하는 유용한 방법의 하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다.

 강자를 위해 약자가 희생되는 그런 세상에서 정말 살고 싶은가? 태어나지도 않은 형제자매의 생명을 앗아간(낙태한) 부모들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나이 먹어 병들고 부양하는 데 부담이 될 때 어떤 선택을 내릴까?

▶여성의 권익을 존중해야

 다섯째 교훈은 생명존중운동은 여성의 권익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생명의 복음」에서 말씀하셨듯이, 여성은 무책임한 남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또 하나의 희생자다. 따라서 우리는 가난하고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에게 아기를 버릴(낙태할) 권리를 주기보다는 임산부 보호소와 의료센터를 지원함으로써 낙태를 고려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아 양육할 수 있는) 실질적 도움과 현실적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생명존중운동은 대다수 여성들이 `낙태만이 절망적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또 생명을 선택한 여성들의 희생과 용기를 격려하기 위해 출산 전후 자녀 양육을 지원하고, 미혼모들이 직접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양육할 가정을 찾아주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는 비단 낙태뿐 아니라 이미 세계 빈곤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안락사가 일반화되면 여성들이 우선적으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필요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난자들은 주로 가난한 여성들로부터 채취될 것이다.

 우리의 생명존중운동은 단지 낙태 반대뿐 아니라 생명존중, 어린이 존중, 여성 존중, 가난한 이들에 대한 존중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근본적 원칙 사수

 여섯번째 교훈은 생명존중과 관련한 근본 원칙을 서로 분리, 분열시켜 무력화하려는 반생명주의자들의 전략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한편으로 평화, 정의, 가난, 환경에 관한 도덕과 다른 한편으로 낙태, 안락사, 유전자 조작 등에 대항해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려는 도덕을 따로 분리해 이 중 하나만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1월 마치 `두개의 도덕`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들을 호도하는 사회적 경향을 개탄하며, 생명존중과 정의 평화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대의임을 일깨워 주셨다. 교황은  "인간 생명이 착상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존중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를 얻고 진정한 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가톨릭평화신문  200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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