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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좀들이쌀'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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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들이쌀

 

이사하면서 지하실 구석진 곳에
슬그머니 놓고 왔다
묶인 짐들이 제자리를 찾는 사나흘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주소 바뀐 집에서
놓고 온 좀들이쌀 항아리를 생각했다
오래된 기억들이 출렁거렸다

뒤주 옆 좀들이쌀 항아리
바닥 긁는 소리 단잠을 깨우는 날이면
만장기도 없는 상여 한 채가 절뚝절뚝
뚝방 길을 밀고 떠나갔다

둘째 언니는 여전히 아침저녁
놋숟가락으로 어른 수만큼 쌀을 덜어냈다
항아리에 조금씩 쌓이는 좀들이쌀
이장집 할머니가 함지박 이고 사립문을 들어서면
반도 못 찬 항아리가 텅 비었다
그런 날이면 상여 한 채가 뚝방 너머로 사라지거나
타지에서 흘러온 영월댁이 몸을 풀었다며
어른들의 근심이 우물가로 모여들었다

이사한 지 두 주일 지나
손잡이 떨어져 나간 그 항아리를 찾아 나섰다
마음 앞세우고 서둘러 가는 길
예고 없이 비가 내렸다
골목의 수평이 기우뚱 발목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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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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