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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작품 수는 무거웠다. 질도 훨씬 키가 높았다. 평화신문 신춘시의 수준이 여기에 닿았다고 흐뭇해 하며 심사를 했다.
심은섭씨의 `네비게이션`은 상상력과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각별하며 신시대 흐름에 따르는 새로움을 차고 들어가는 가동력이 있긴 했지만, 덜 삭은 듯 어색한 표현들이 아쉬웠다.
서옥섭씨의 `류(柳)가 들고 온 네프리솔 250`은 산뜻하고 유쾌한 표현과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고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신선미가 마음을 끌었는데도, 선뜻 당선작으로 하기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이 심사위원이 일치하는 의견이었다. "너무 눈부셔 늙어가는 그 여자 바람났네/한 3일 구멍 뚫린 무우처럼 바람들었네" 등의 표현은 글솜씨의 진경에 들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구절들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작 마지막까지 시간을 끌면서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숙고하게 한 것은 강미성씨의 `직소폭포`와 김남수씨의 `좀들이쌀`이었다. `직소폭포`는 세련된 문장과 시를 몰고가는 역동적 힘이 보통 수준을 넘었고, 오랜 연륜을 느끼게하는 그의 시의 근육은 탄탄하기만 했다. 약점이라면 여러 편의 시가 고른 수준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지적됐다.
김남순씨의 <좀들이 쌀>도 만만치 않은 연륜과 흘러간 시절의 작은 항아리 하나에 한 시대의 슬픔과 배경을 끌어 모아 잔잔한 감동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내성의 깊이가 누구도 따를 수가 없었다. 더욱 다섯 편의 시가 고른 수작이었고,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해도 될 듯했다. 시의 분위기가 좀 어둡다는 것이 흠이라는 지적은 있었다. 그러나 시의 완성도가 그쯤의 흠을 누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연 당선작으로 할 만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 생각이었다. 강미성씨는 어디에서든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믿고 아쉬움을 전한다.
심사 : 김종철ㆍ신달자